제2941호 2026년 8월 16일
가톨릭부산
공동체의 목표


원성현 스테파노

부곡성당 · 부산가톨릭대학교 미래설계융합학부 석좌교수


   몇 달 전, 6박 7일의 일정으로 일본 큐슈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에서는 일본 여행이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고, 직장에서도 공무 출장으로 일본 방문 경험이 많았지만, 작년에 가족으로 합류한 며느리까지 함께한 여행은 처음이어서 나름 설렘과 기대감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한자를 배운 세대인 우리는 사실 말은 잘못해도 글자를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막상 평소보다 긴 일정으로 여행을 하다 보니 슬슬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귀국하면 꼭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우발적 다짐까지 하게 되어 두 아들과 함께 셋이서 일본어능력시험에 합격하자는 무모한 목표를 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해에 2회 실시하는 시험에서 올해 안에 합격 못 하면 제법 큰 금액의 벌금을 내기로까지 하면서 말이다.


   어렸던 자녀들이 성장하고 출가하게 되면 아무래도 대화가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만남 자체가 어색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두 아들과는 어려서부터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성인이 되어서는 식사나 술자리도 자주 가지며 대화를 많이 했기에 그 어느 가정보다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각자의 삶이 있다 보니 지금은 괜찮더라도 앞으로까지 장담하기는 어려울 터다. 그런 면에서 비록 우발적인 동기이긴 하지만 일본어능력시험 급수 취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인 것 같다. 공동의 목표가 있으니 공감할 일이 많아지고, 또 그것을 주제로 하여 대화가 이어지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1~2년 단위로 가족 구성원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을 일상화하자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구성원이 함께하는 이러한 노력은 비단 가정뿐 아니라 학교, 직장, 동호회 등 우리가 속한 각종 공동체에서도 필요할 것이다.


   교구장님께서는 지난 2년간의 ‘환대와 경청, 배움과 체험’을 넘어 올해를 ‘선포와 나눔의 해’로 정하시고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하셨다. 올해의 절반 이상이 지난 지금, 우리 교구민이 공동의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순항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구장님께서 제시하신 5개의 중점 과제 모두 중요하지만 우선 “복음의 기쁨은 먼저 교회 ‘안’에서 선포되고 나눠야 한다.”와 “기쁨과 희망을 안고 교회 ‘밖’, 세상으로 나아가자.”라는 2개의 과제부터 달성 진도를 살펴봐야 하리라.


  목표는 달성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하는 모든 과정 또한 중요하다. 구성원의 소속감 고취와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하는 여정의 의미는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는 책임감을 가지고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선포와 나눔의 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순례자가 되기를 바란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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