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0호 2026년 8월 15일
가톨릭부산
기도는 길이 되어


이영숙 다리아

월평성당·시인


   8월 15일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신 성모님의 삶은, 승천으로 완성되었으며 우리 신앙인들에게 영원한 생명과 부활의 희망을 일깨워 줍니다.


   올봄, 저는 오랜 소망이 이루어져 과달루페 성모님을 찾아뵙는 은총을 누렸습니다. 순례를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예쁜 편지지 두 장에 제 마음을 정성스레 담아 편지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성모님, 부족한 저를 불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순례길에 저와 함께 떠나는 교우들 모두, 한마음으로 성모님의 손을 잡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은총의 여정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몇 해 전 하느님 품으로 먼저 떠난 남편도 이 순례에 함께 하길 바라며, 제가 봉헌하는 기도와 미사의 은총으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간절히 청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에 억울하고 서러웠던 일들도 마치 엄마에게 일러바치듯 속속들이 털어놓았습니다.


   편지를 다 쓰고 나니 마음은 한결 평온해졌습니다. 모든 것을 성모님께 맡겨 드렸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촛불을 밝히고 날마다 편지를 소리 내어 읽으며 9일 기도를 바쳤습니다. 기도하는 동안에 설렘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이도 있고 허리 수술을 받은 적도 있어 긴 여정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염려가 앞섰습니다. 그때마다 성모님께 의탁하며 한 걸음씩 순례를 준비했습니다.


   드디어 멕시코시티 테페약 언덕에 자리한 과달루페 성모 대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성모님을 뵙는 순간 벅찬 감동이 밀려왔고, 백 일이 넘도록 품어 온 편지를 봉헌하면서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엄마를 다시 만난 어린아이처럼, 성모님의 따뜻한 품속에서 깊은 위로와 평화를 누렸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루카 1,46-47)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가장 큰 은총은 성모님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던 기도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특별한 은총을 청하기보다 오늘 하루도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가 넘쳤습니다. 성모님께 드린 제 편지는 결국 제 삶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겨 드리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우리도 기쁜 날에는 감사의 마음으로, 힘든 날에는 의탁하는 마음으로 성모님께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그 사랑 안에 머물며 오늘도 저는 조용히 묵주를 손에 쥡니다. 그 기도는 제 삶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길이 되었습니다.

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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