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6호 2025년 6월 29일
가톨릭부산
흔들린 고백

천경훈 신부
임호성당 성사담당


   당신을 사랑하노라 고백하는 것에 몹시도 서툴기만 합니다. 영혼이 흔들리고 내 삶의 모두를 내어 보이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정작 ‘마음 한번 먹는데 하루 이틀 사흘이며 눈치만 살피다 일년 이년 그리고 한평생’이 되곤 하지요. 분명 누군가를 향한 고백에는 흔들려온 그의 삶의 나날들이 묻어있습니다. 그러니 흔들리지 않고서 어찌 사랑한다 고백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는 예수님을 향한 시몬의 고백을 듣습니다. 어느 하루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른 흙먼지 이는 길 위에서 돌연 들리어온 그 말 마디만을 두고 시몬의 전부라 하기에는, 그의 영혼의 떨림과 흔들림이 그보다 더 깊고 오랜 것이었음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제자로 불리었으나 오직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새겨질 때까지 내내 부서지고 흔들렸던 시몬 베드로, 그분을 따라 십자가에서 부서지기까지 마냥 슬펐고 하냥 흔들린 그의 모든 삶이 그 고백에서 녹아있습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마치 단단히 굳어져,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신앙고백의 표본처럼 다가오는 시몬의 고백이지만, 사실 주님을 향한 그의 길은 처음부터 그리고 줄곧 흔들리고 넘어졌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운 갈릴래아 호수에서 그 첫 만남부터 흔들렸고, 비바람 일던 그 밤에도 그리했습니다. 신앙고백에 버금가는 결코 주님의 떠나지 않겠다던 호언장담도 결국 두려움과 불안의 깊은 밤 가운데에서 마냥 흔들리고 넘어져 버려 결국 그는 흔들린 눈물에 젖어갈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주님은 베드로라 부르십니다. 흔들리고 젖어갔던, 그것밖에 안 되는 그를 예수님은 반석으로, 교회의 주춧돌로 받아들이십니다. 어쩌면 우리 교회는 ‘흔들림 없는’이 아니라, 흔들리는 기둥이 위에 세워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숱한 흔들림에도 시몬이 베드로라, 반석이라 불리는 것은, 그의 흔들림이 늘 주님 앞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앞이었습니다. 오직 주님 앞에서 흔들리고 넘어졌던 시몬! 그리고 흔들리고 넘어지는 그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해 주신 주님! 그래서 시몬은 비로소 흔들리며 피는 꽃이, 바람과 비에 젖으며 피는 꽃이 되었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에서)

   여름의 초입입니다. 이제 한 줄기 바람이 더 그리워지는 날들입니다. 혹시 흔들리면 또 어떻습니까? 오직 바람이신 주님 앞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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