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3호 2025년 6월 8일
가톨릭부산
보호자시여, 저희의 닫힌 문을 열어주소서!

권동국 라우렌시오 신부
성바오로성당 주임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은 오순절에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임하시고, 제자들이 온갖 언어로 복음을 선포했던 사건을 기념합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내내 제자들은 오감으로 주님을 마음껏 느꼈고, 주님께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셨으며, 주님의 지시를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셔서 잠시 떨어져 있었던 때에도, 되돌아가서는 다시 주님을 온전히 만납니다.

   그러나 주님을 빼앗겨 잃어버리는 때가 오자, 제자들은 스스로 닫은 문안에 갇혀버린 못난이들이 되어버립니다. 대표격인 베드로는 주님을 부인하고, 두 제자는 엠마오로 도망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자들은 공포에 질린 채 문을 닫아걸고 움츠려만 있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하려는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예수님 없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들은 주님이 아닌데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주님과 함께했던 시간들도, 주님이 그들에게 기울였던 정성도 물거품이 되어 갑니다.

   이 순간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닫힌 문’ 안으로 들어오셔서 갇힌 채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되찾아 주시고, 다른 보호자를 보내 주십니다. 이 만남 끝에 제자들은 주님을 다시 잃어버리는 때를 맞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전처럼 무기력에 빠지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보내 주신 새 보호자 덕분입니다. 더 이상 예수님을 오감으로 뵙고 따를 수는 없지만, 성령께서 가르치시고 주님을 기억하게 하시며 이끌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이끄심을 받은 제자들은 더 이상 그저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며 ‘스스로 헤쳐 나가는 존재’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 변화된 모습이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 2장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선포 사건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의 후신인 교회는 오늘날까지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주님이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주님이 내려주신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자신을 바라봅시다. 우리는 혹시 어떤 ‘닫힌 문’ 안에 갇혀있지 않습니까? 그저 시키는 것을 내키는 대로 쫓아가는 신앙에 갇혀있지 않는지 생각해 봅시다. 성령의 인도를 믿으며 마음의 ‘닫힌 문’을 열고나와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자신을 만나보았는지 자문해 봅시다. 예전에는 나도 두려웠지만 하느님의 위로를 받은 체험을 떠올려 봅시다. 그 위로 체험이 전해지기를 소망하며 이웃에게 다가갔던 체험을 기억해 냅시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가 어떤 것에도 갇혀있지 않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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