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8호 2025년 2월 23일
가톨릭부산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

 
오종섭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야음성당 주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으레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일컫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같이 기뻐하지 못하고 배 아파하는 맘보도,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면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은혜 갚음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선한 마음을 쉽게 생각하고 더 많은 것(보따리)을 뺏으려 하는 맘보도, 호미 같은 작은 노력으로 해결할 일을 안일하게 방치하다가 가래 같은 큰 수고를 하며 겨우 수습하게 되는 경험들 모두가 인지상정 곧,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흔한 일들로 우리 각자도 살아가면서 흔히 경험해본 마음 상태일 것입니다. 살다가 겪게 되는 이런 흔한 경험들도 막상 내가 경험하면 맘속에 상처가 되고, 결코 기껍지만은 않은 씁쓸함을 남깁니다. 이럴 때 맘을 다잡기 위해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하며 자조 섞인 혼잣말을 하게 되지 싶습니다. 
 
   오늘 연중 제7주일 복음에서 우리는 “원수를 사랑하라.”, “겉옷을 가져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속옷까지 내어주라.”, “다른 사람을 단죄하지 마라.” 같은 일상에서 경험해 보지 못해서 이해하기 힘든, 그래서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말씀들을 듣게 됩니다. ‘나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을 사랑까지 하라고?’, ‘내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에게 내가 나서서 그냥 주라고?’,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 속이 시원하겠는데, 그냥 놔두라고?’
 
   ‘내가 바보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내가 예수님 말씀하신 대로 안 한다고 세상에 누가 나보고 뭐라 할 건데?’하는 생각도 당연히 듭니다. 그건 ‘인지상정’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잘 실천하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것 역시나 ‘인지상정’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들려주시는 이 말씀들을 우리가 지닌 인간적인, 다르게 말하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습니다. 인간적으로 가능하지 않아서, 하느님 은총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법인데, 그렇기 때문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런 인간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말씀들을 하시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적인 노력에 더 매진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느님 은총의 도움에 우리 자신을 좀 더 열어 놓기를 바라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신자분들 모두 편안한 한 주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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