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0호 2025년 1월 5일
가톨릭부산
“엎드려 경배하였다.”
“엎드려 경배하였다.” 
 
노우재 미카엘 신부
서동성당 주임


 
   유다인들은 메시아를 기다린 사람들이었습니다. 메시아 임금이 오시어 다윗 왕국을 다시 일으켜 주기를 고대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아주 이상합니다. 메시아가 탄생했는데 유다인들은 꿈적하지 않고 이방인들만 아기 예수님을 찾아 경배합니다. 왜 그럴까요?
 
   동방 박사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이 탄생했으니 예루살렘에 계시겠거니, 유다 백성들이 환호하고 있겠거니 했는데 예상과 달리 예루살렘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하고 공개적으로 물었습니다. 헤로데는 당시 유다 지역을 다스린 임금이었지만 “유다인들의 임금”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왕좌를 잃을까 위협감을 느꼈고 새로 태어난 메시아를 없애버리려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위치를 추적했습니다. 그들은 백성의 지도자였고, 성경을 가르친 이들이었고, 메시아가 오기를 기다린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율법 학자들은 학식이 가장 뛰어난 사람답게 예언서를 근거로 “유다 베들레헴입니다.”하고 곧바로 답을 내놓았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이를 듣고 베들레헴을 향해 곧장 길을 떠나,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했습니다].” 그런데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어떻게 했나요? 이들도 메시아 임금이 탄생한 것을 알았고, 그 위치를 알아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 이들이 먼저 메시아를 경배하러 떠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기만 했습니다. 입으로는 주님을 경배하라고 말한 이들이 실제로는 주님을 찾지 않은 겁니다. 날마다 율법서를 공부하며 주님의 가르침을 가장 잘 알던 이들이 실제로는 주님께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겁니다. 그들은 헤로데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헤로데의 품이, 그가 제공하는 돈과 힘의 그늘이 너무나 아늑했습니다. 겉으로는 주님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의 영광과 세상의 편안함을 추구했던 겁니다.
 
   오늘 복음은 당시 유다교를 첨예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부귀영화를 뒤로 하고 메시아를 찾아 경배했건만, 유다교 지도자들은 메시아를 받아들이지 않고 세상 것만 찾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기 잘되는 것만 바랄 뿐 주님을 찾고 따르는 데는 그다지 관심 없는 현세대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입으로만 주님, 주님 해서는 안 됩니다. 동방 박사들처럼 자신을 주님께 맡겨드리며 “엎드려 경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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