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0호 2024년 9월 8일
가톨릭부산
사랑해(海)
사랑해(海)



박종주 베드로 신부
남천성당 주임

 
   어느 신부님께서 미사 강론 시간에 신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신자들이 한참 고민하자, 신부님께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습니다. “그 바다는 바로 ‘썰렁해(海)’입니다.” 신부님께서 다시 질문하셨습니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바다는 어디일까요?” 신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답을 찾으려 애쓰자 신부님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바다는 바로 ‘사랑해(海)’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모두의 마음이 항상 따뜻한 사랑의 바다 같기를 바란다며 강론을 마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은 한 자매님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집에 돌아가 남편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남편이 고민하며 답을 하지 못하자, 자매님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럴 때 당신이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잖아요.”라고 했지요. 남편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그만 “고마해”라고 외쳤답니다. 자매님이 진정으로 듣고 싶었던 말은 “사랑해”였는데 말이지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기 말을 잘 들어주기를 바랍니다. 부모는 자식이, 부부는 서로가, 친구나 동료들은 각자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주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의 말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지위나 재물 같은 외적인 요소를 활용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사람들 간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상대방의 말을 더 듣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마르 7,32)를 치유해 주십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신체적인 치유를 넘어,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귀먹음’과 ‘말 더듬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치유를 받아야 할 귀먹은 이들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려 하거나, 자기도취에 빠져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섬기는 사람이 되어 모든 이의 종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섬기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그들이 기뻐할 일을 하며, 그들의 필요를 이해하고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러한 섬김의 삶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말을 더욱 잘 듣고,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으로 섬기며 모든 이의 종이 되신 예수님을 본받는 것은,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이사 35,6)는 제1독서의 말씀처럼 나날이 새로워지는 삶이며 영적 세계에 눈을 뜨는 길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서로를 섬기고, 기쁨을 나누며, 마음을 열어 서로 이해할 때, 그때에 비로소 우리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 ‘고마해’가 아니라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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