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1호 2024년 7월 14일
가톨릭부산
그대, 지금 견딜만 한가?
그대, 지금 견딜만 한가?
 
 

권경렬 베드로 신부
덕천성당 주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그런데 오늘 스승께서는 빈 몸으로 떠나라 하신다. 무슨 뜻인가? 말씀 따라 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길을 떠난다. 지금 걸친 옷과 신발과 지팡이뿐이다. 한나절만 지나도 배가 고프기 시작할 텐데, 날이 저물면 자야 할 텐데, 뙤약볕에 걸으면 땀과 냄새가 나고, 비가 오면 젖어서 추울텐데...아무 것도 없다. 몇 날이 될지 모르는 여행길이다. 불편을 넘어 고통을 겪게 될 터이다. 도움을 받고 고마움도 느끼겠지만 업신여김과 모욕도 당할 것이다. 탈진을 하는 등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시련과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면 여행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대, 지금 견딜 만한가?’ 지극한 인내심이야말로 미혹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길이다. 
 
   스승께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악령을 제어하는-능력을 우리에게 주시며, 역경을 지혜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양식으로 삼아 경험하며 배우라고 파견하신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겪는 모든 어려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나아가 자연 현상 속에서도 배움을 얻는다. 경험하고 인내하고, 깨닫고 비로소 나누어 줄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하고 행동한 오직 그만큼 이해하게 된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을까.
 
   스승께서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말고 바로 그곳에서, 직시하여 배우라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모든 것이 번뇌일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수행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기 때문에 지혜는 솟아나지 않는다. 우리가 도망가면 그것들은 어디까지고 쫓아온다. 번뇌가 두렵다고 달아나서는 배움을 얻을 수 없다. 세상에서 다른 것들과 교류하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
 
   경험하며 깨달으라. 인내하며 문제가 생겨난 그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라. 걸려 넘어진 그 돌부리 아래 보화가 묻혀있다. 어려움에 달아나지 말고 자신의 번뇌와 맞서고 지혜를 얻어라. ‘오직 그 만큼’ 우리가 한 오직 그만큼 얻는다. 그래서 우리를 환영하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아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 또한 신발의 먼지를 털어버리듯 털어버려라.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좋은 느낌이 사라지듯이 그것들도 사라진다.
 
   스승은 늘 옳은 방향을 가르쳐 주신다. 그 길을 걸어 열매를 따는 것은 이제 우리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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