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통치자
이민 신부
밀양성당 주임
오늘은 연중 마지막 주일이자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잠시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의 의미를 묵상해 볼까 합니다.
‘그리스도왕’이란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며 동시에 왕이시다는 뜻입니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예수님은 ‘우리들의 구원자’이시며 동시에 ‘우리들의 통치자’이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우리들의 구원자’이신 것은 우리가 늘 고백해 왔고 익숙한 것이지만 ‘우리들의 통치자’란 것은 다소 좀 생소하고 정치적인 느낌이 많이 듭니다. 어릴 때 흑백TV 시절 성탄절이 되면 TV에서 예수님에 대한 영화를 방영하였습니다. 그때 영화의 제목이 ‘왕중왕’이었는데 초등학생이었던 그 시절에도 제목이 왜 ‘왕중왕’일까 하고 좀 의아하게 생각하였습니다. TV에 방영되는 예수님의 모습과 그 영화의 제목을 일치시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분을 ‘우리들의 왕’(통치자)으로서 고백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복음에 기인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는 것과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그 나라를 성취하셨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예수님은 그 하느님의 나라가 바로 우리 앞에, 우리 가운데에 있다고 하시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 나라를 믿고 받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하느님의 나라를 끊임없이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이 말할 수 있다.’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하느님의 통치’를 뜻합니다. 예수님은 그 하느님의 통치를 우리들에게 주셨고 우리가 그 하느님의 통치를 믿고 받아들이겠다고 한다면 우리에게 당신의 구원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로 그 약속을 성취하셨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우리의 구원자’(그리스도)가 되시며 동시에 ‘우리의 통치자’가 되시는 것입니다.
나라가 없는 민족이나 개인은 그 삶이 매우 고통스럽고 비참해지기까지 합니다. 설사 내 나라가 있고 통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리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에게는 예수님이 주신 ‘하느님의 나라’가 있고 그 나라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신 통치자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기도할 때 구원자이신 예수님뿐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와 그 통치자이신 예수님을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