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4호 2023년 2월 12일
가톨릭부산
주님의 감실인 우리
주님의 감실인 우리



 
김수진 신부
석포성당 주임


 
   “잘 듣고 계십니까?” 저는 미사 중에 신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번씩 던집니다. 말씀 전례는 듣는 시간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말씀을 나의 것으로 삼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주님의 말씀을 잘 듣고 계십니까? 물론 말씀을 잘 듣기 위해서 집중하고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주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글자 하나도 흘려듣지 않기 위하여 온전히 집중하고 계십니까? 아마 우리 중에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흘려듣는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주님 앞에 당당하게 서 있기에 한없이 부끄러운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래서 말씀께서 살이 되셔서, 빵이 되셔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십니다.(요한 1,14 참조) 우리가 귀로는 당신의 말씀을 너무나도 쉽게 흘려버리니까 이제 더 이상 흘려버리지 않도록 말씀을 귀가 아니라 입으로 모시게 하십니다. 말씀께서는 스스로 빵이 되셔서 우리가 말씀을 통째로 받아 삼키게 만드십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잘해서, 우리가 자격이 있어서 주님께서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지 않으십니다. 그저 우리 안으로 들어오셔서 우리를 완전하게 당신의 것으로 삼으십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당신의 감실로 만들어 주십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합니다. 왜냐하면 말씀을 듣고 열심히 실천하기만 하는 그들과는 달리 우리는 말씀을 통째로 삼키면서 말씀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을 주님의 감실로써 살아갑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오늘 복음을 적용해 본다면 사실 우리는 재판에도 넘겨져야 하고 불붙는 지옥에도 떨어져야 하며, 손과 발도 다 잘라 내던져버려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우리 안으로 들어오심으로써 우리를 완전한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마태 5,48 참조) 우리는 그런 주님을 우리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주님께서는 자격 없는 우리를 매번 당신의 감실로 삼으시는데 우리는 서로를 상대로 ‘상대방’이라는 감실을 주님의 것으로 대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상대방의 자격 없음을 탓하고만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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