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53호 2017년 9월 24일
가톨릭부산
“이게 하늘나라입니까?”
“이게 하늘나라입니까?”

이장환 신부 / 부산교구

  지난겨울, 많은 국민들이 수많은 광장과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혹시 오늘 복음을 들으신 분들 중에,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이들과 겨우 한 시간만 일한 이들에게 같은 임금을 지불하는, 게다가 내가 가진 것을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 막말을 일삼는 밭 임자의 언행에‘이게 하늘나라냐?’하고 불평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하늘나라 비유의 주인공인 밭 임자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찾아 나섭니다. 아침 일찍 만난 일꾼들에게 한 데나리온씩 주기로 하고 일을 줍니다. 자비로운 밭 임자는 그 이후에도 돌아다니다가 선택받지 못한 일꾼들을 발견하고는 정당한 삯을 주기로 하고 일을 줍니다.
  문제는 일을 마치고 품삯을 내줄 때 일어납니다. 아침부터 일한 이들도 한 데나리온을 받았고 늦게 와서 한 시간만 일한 이들도 정당한 삯으로 한 데나리온을 받습니다. 아침부터 고생한 일꾼들은 정당한 삯 이상의 대우를 기대했는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립니다. 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들은 박한 대우를 받았고, 다른 사람은 후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입니다. 한 데나리온, 또는 정당한 삯이란 천국을 의미합니다. 천국을 선물 받고 그것이 박한 대우라니요! 시기, 질투에 눈먼 그들은 천국 이상의 것,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는 나의 노동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밭 임자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이든 오후 다섯 시든, 밭 임자가 일을 주었기 때문에 포도밭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즉 하늘나라는 내가 기도나 희생과 봉사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나의 신앙생활이 올발랐음을 인정해주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 자격은 내가 갖추어야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늘나라에서‘너는 왜 있냐?’는 물음과‘그가 왜 없을까?’라는 물음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의 잣대로 하는 이런 질문은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 세상의 기준과는 달라서 꼴찌가 첫째가 될 수도 있는 나라, 인간의 심보와는 다른 후한 주인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이게 하늘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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