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2호 2016년 5월 15일
가톨릭부산
성령의 바람에 우리의 몸을 맡기자

성령의 바람에 우리의 몸을 맡기자
 
박규환 안젤로 신부 / 삼랑진성당 주임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요즘과는 달리 그때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구슬치기, 말뚝박기, 술래잡기, 딱지치기, 연날리기 등. 혼자보다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뛰놀아야지 더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놀이는 연날리기였습니다. 골목길을 열심히 내달려 하늘 높이 날아오른 연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고, 전깃줄에 연이 걸려 안타까워하며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연을 잘 날리기 위해서는 먼저 바람을 잘 살펴야 합니다.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잘 살펴서 태우면 연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버립니다. 열심히 얼레질과 뜀박질을 하면서 연을 바람에 잘 태워야 합니다. 성경에서 성령은 여러 가지 단어로 표현되는데, 오늘 복음과 독서에서는‘거센 바람’,‘숨’ 등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 후 빈 무덤을 발견했고, 마리아 막달레나로부터 부활한 주님을 뵈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평화를 빌어주시는 주님을 만나 기뻐하였지만 잠갔던 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 복음을 전하기까지 오십일 동안 복지부동(伏地不動)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바람에 잘 태워야 연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듯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는 성령의 바람(뜻)이 향하는 방향을 잘 따라야 성령의 은사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성령의 바람보다 나의 바람과 안위를 우선시한다면 성령의 은사는 활동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입니다.
  다음으로 연을 잘 날리기 위해선 다른 연들과 연줄이 서로 엉키지 않게 해야 합니다. 방패연, 가오리연, 봉황연 등 종류는 다르지만 다 같은 연인 것처럼, 성령의 은사는 여러 가지이지만 같은 성령의 은사인 것입니다. 내 연이기에 특별하고 멋지게 보이지만 하늘을 날고 있는 다른 연을 무시하면 연줄이 서로 엉켜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처럼 다른 이가 받은 은사를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내가 받은 은사도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받은 은사가 소중하고 특별한 것처럼 다른 이가 받은 은사 역시도 귀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공동선을 위해 조화롭게 성령의 은사들이 사용되기를 바라십니다. 혼자 특별하게 보이거나 두드러지거나 욕심내는 것을 하느님께서는 원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 성령의 바람에 우리 몸을 내어 맡겨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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