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7호 2026년 9월 25일
가톨릭부산
한가위, 감사와 나눔의 시간


김덕헌 베드로 신부

오륜대순교자성지성당 전례담당


   한가위는 수확의 기쁨을 표현하는 날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우리는 추석이 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말하며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감사를 나눈다. 삶이 아무리 팍팍하고 힘들어도 귀성 전쟁이라고까지 표현되는 교통난을 뚫고서라도 부모님을 뵙고, 성묘를 하는 것도 감사를 나누기 위해서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한가위에 가족들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제사를 지내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전통과 문화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에서 한가위가 가지고 있던 ‘감사의 의미’가 잊히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


   한가위에 우리는 루카 복음에 나오는 한 부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에게는 곳간을 지어 더 많은 소출을 쟁여 놓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다. 그에게 기쁨의 원천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소유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자연이 우리에게 소출을 허락하는 것은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땅은 우리에게 자신의 생명을 나눈다. 모든 곡식은 자연과 땅이 허락해야 소출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땅에서 소출을 거둘 때, 자연이 허락하는 나눔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첫째 독서와 화답송도 이를 일깨운다. “주님이 너희에게 비를 쏟아준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리라. 온갖 열매 땅에서 거두었으니, 하느님, 우리 하느님이 복을 내리셨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의 모습에서 결여된 것은 감사이다. 그는 하늘과 땅에 대한 감사, 즉 하느님께 대한 감사를 잊었다. 하느님께서는 감사를 잊은 부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감사를 잊고, 소유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한가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축복에 감사드리며 우리가 지금까지 얻은 결실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떤 것도 나의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많은 이들의 도움의 결실이다. 복음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처럼, 내가 얻은 결실을 자기만족이라는 좁은 곳간 안에 가두어놓지 않기를 바란다. 감사하고 나눌수록 풍성해지고 넉넉해짐을 체험하는 넉넉한 한가위 명절에 그동안 서로에게 표현하지 못한 감사를 아낌없이 나누는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강론

제2129호
2011년 10월 16일
가톨릭부산
제2127호
2011년 10월 2일
가톨릭부산
제2126호
2011년 9월 25일
가톨릭부산
제2125호
2011년 9월 18일
가톨릭부산
제2123호
2011년 9월 11일
가톨릭부산
제2122호
2011년 9월 4일
가톨릭부산
제2121호
2011년 8월 28일
가톨릭부산
제2122호
2011년 9월 4일
가톨릭부산
제2118호
2011년 8월 14일
가톨릭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