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2호 2026년 6월 21일
가톨릭부산
비단 주머니 셋


김홍석 요나 신부

하단지구 청소년사목 전담


   약하디 약한 우리들은 늘 세상의 많은 것들을 두려워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도 얼마나 두렵고 불안했을까 묵상해 봅니다. 제자들은 세상으로 파견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배운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자신들을 파견하는 예수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파견될 제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환영과 박수가 아니라 오해와 박해, 거절과 고난임을 아셨기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용기를 주십니다. 마치 전래동화에서 곤경에 빠진 주인공을 돕기 위해 주어지는 비단 주머니 셋처럼, 거칠고 힘든 파견에서 제자들을 살아남게 해 줄 말씀 주머니 셋을 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에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에서 말하여라. 너희가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여라!”(마태 10,27)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첫 번째 말씀 주머니 안에는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올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인 ‘슬기’와 하느님의 뜻을 깊이 이해하고 깨닫게 하는 영적 통찰력인 ‘통달’,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돕는 분별력인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라.”(마태 10,28) 두 번째 말씀 주머니 안에는 하느님을 참된 아버지로 모시고 사랑하는 마음인 ‘효경’과 하느님을 거스르거나 하느님의 뜻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룩한 마음인 ‘경외심’, 신앙의 도리와 진리를 올바르게 알고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을 식별하게 해 주는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참새보다 귀한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신 주 하느님을 믿어라!”(마태 10,30-31 참조) 세 번째 말씀 주머니 안에는 우리가 늘 마주하는 유혹과 고난, 시련에 굴하지 않고 굳건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인 ‘용기’와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 눈치채셨나요?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해 주신 말씀 안에는 이사야서(11,2-3)에 나오는 성령의 일곱가지 은사가 담겨 있습니다! 슬기, 통달, 의견, 지식, 용기, 효경, 경외심! 예수님의 말씀에 힘을 얻어 파견된 제자들은 성령의 은사를 가득히 받아 복음을 전할 수 있었고, 성령강림 이후에는 더 깊이 이 말씀 안에 머무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결국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다른 그 무엇이 아닌 성령을 주신 것입니다. 우리도 제자들처럼 성령과 함께 길을 떠나고, 그 길의 끝에서 예수님을 만나 “주님”이라고 고백한다면, 오늘 복음의 맺음처럼 예수님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서 우리를 안다고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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