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1호 2026년 6월 14일
가톨릭부산
주님의 연민과 부르심


변성수 필립보 신부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인’ 군중을 보시며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마태 9,36)라고 합니다. 주님의 이 ‘가엾은 마음’은 단순한 감정의 동요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육신의 고통을 넘어, 목자 없이 방황하는 영혼들의 깊은 굶주림과 상처를 보시고 아파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입니다. 또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적극적인 행위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이 깊은 연민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부르시어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들을, 그리고 오늘날 우리를 당신의 일꾼으로 부르신 이유는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더 좋은 자격을 갖추어서가 아닙니다. 곧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자비의 은총 덕분에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부르시어, 세상에 당신의 도구로 삼고자 하십니다.


   이렇게 사도로 부름을 받은 이들에게 주님께서는 오늘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고 명하십니다. 거저 받은 하느님의 그 사랑을 깊이 체험한다면, 사도직에 대한 사명 또한 그 참모습을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개인의 업적이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감사히 사도직을 행하고 더욱 기쁘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게 되겠지요. 그렇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야전 병원’(『복음의 기쁨』, 112항)으로서의 모습으로,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 활기차게 그들의 아픔을 싸매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 거저 받은 생명과 자비, 그리고 직분의 은총을 이제는 움켜쥐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내 주변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기꺼이 내어주어야 합니다. 비록 당장 낯선 선교지로 떠나지는 못할지라도, 각자가 날마다 머무는 가정과 일터,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 안에서 주님의 따뜻한 성심(聖心)의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에 파견된 참된 사도가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한 주님의 그 따뜻하고 “가엾은 마음”의 시선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그 사랑에 힘입어 지친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가 거저 받은 사랑을 나누는 위로의 일꾼이 될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의 보잘것없음이 오히려 하느님의 자비가 머무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거저 받은 은총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 여정의 끝에, 우리를 부르신 주님의 “가엾어하는 마음”이 비로소 우리의 삶 안에 온전히 완성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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