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스테파노 신부
김범우순교자성지 성사담당
‘문을 연다’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공간적인 이동을 넘어서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변화된 삶의 첫걸음을 내디딜 때 상징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내적으로도 마음의 벽을 허물고 누군가와 소통하거나 화해할 때도 이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문을 연다는 것은 새로움이나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열린 문은 드나드는 곳입니다. 왕래할 수 없는 한 방향의 문은 열린 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 사람과 세상 사이의 문, 그리고 사람과 하느님 사이의 문은 드나들 수 있는 문이어야 합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야 살 수 있듯이, 모든 관계는 드나들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문이라고 하십니다. 새롭게 변화시키고 서로 드나들 수 있는 문이 되고자 하십니다. 누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문, 그들은 결국 도둑이며 강도였으며, 그들이 앗아간 잘못된 문을 바로잡으려고 하십니다. 새롭게 변화시키는 문이 아니라 지키고 고수하려는 통제된 문이었고, 자신들도 드나들지 않으면서 남들의 왕래마저 막고 있던 엄격한 문을 예수님은 당신 자신으로 바꾸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드나들기 힘든 높은 문턱의 문이 아니라, 우리의 능력이나 과오에 상관없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문을 통해서 하느님과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그 문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 문을 통해서 하느님과 드나들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우리 서로도 드나들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하느님과 통하는 문이 닫혀 있다면 이제 그것은 우리가 닫은 것이고, 이웃에 대한 문이 닫혀 있다면 그것 역시도 내가 닫은 것입니다.
오늘 교회는 성소 주일을 지냅니다. “성소의 선물은, 우리 존재라는 토양에서 싹을 틔우고 우리 마음을 하느님과 다른 이들에게 열어 주어 우리가 우리 자신이 찾은 보물을 그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하느님의 씨앗과 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입니다. 성소자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예수님이라는 문을 심어주는 사람입니다. 오늘날 성소자가 많이 부족합니다. 성소라는 씨앗이 자라기에는 척박한 세상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씨앗임을 깨달을 수 있는 겸손과 순명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또 그 씨앗에 좋은 양분을 줄 수 있는 성실한 동반자가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