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3호 2026년 4월 19일
가톨릭부산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


이창주 율리오 신부

사상성당 주임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도 길 위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분이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 기대하였습니다.”(루카 24,21) 마음이 무너진 그들은 주님과 함께했던 자리를 떠나, 실망 속에서 걷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함께 걷는 것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슬펐나 봅니다. 그러나 주님은 멈추지 않고 함께 걸으며 사랑을 가르쳐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루카 24,30) 특별한 곳을 찾거나, 해보지 않은 기도를 한다고 부활하신 주님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 안다고 여겼던 어제의 나를 뒤로하고, 각자의 엠마오에서 거행되는 이 미사 중에 말씀과 성체를 통해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나 언제나 주님을 내 앞에 모시어 그분께서 내 오른쪽에 계시니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내 마음은 기뻐하고 내 혀는 즐거워하였다. 내 육신마저 희망 속에 살리라.”(사도 2,25-26) 그 옛날 다윗의 입을 빌려 부활하신 주님과 성령을 체험한 베드로의 오늘 고백은, 이 미사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걷고 있음을 깨닫는 우리의 고백이 될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사람은 더 이상 길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길이 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도 그분을 만나시어, 누군가에게 따뜻한 봄길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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