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21호 2026년 4월 5일
가톨릭부산
“갈릴래아” - 죽음 속에서 움트는 생명


총대리 신호철 비오 주교

 

   여인들이 무덤에 간 시각은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이었습니다. 아직 낮이 되지 않았고, 여인들은 주님께서 무덤에 묻혀 계실 것이라 여기며 죽음의 장소에서 주님을 찾았습니다.

   부활의 새벽은 이 어둠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주님 부활의 때는 안식일에서 이어지는 밤이며, 주님께서는 안식일의 무덤을 부활의 장소로 바꿀 것임을 암시하셨습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마르 3,4) 죽음의 안식일 안에서 우리는 안식일 다음 날의 부활이 시작됨을 봅니다. 생명은 죽음 안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무덤에서 주님의 시신을 찾던 여인들에게 천사는 “살아 계시는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루카 24,5-6)고 말합니다. 돌아가신 주님의 시신을 보려 하지 말고 부활하시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계시는 주님의 성령을 느끼라고 합니다.


   그리고 천사는 주님을 뵙기 위해서 갈릴래아로 가야 하며 이 소식을 제자들에게 전하라고 합니다.(마태 28,7) 갈릴래아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비옥한 고장이었고 그 때문에 로마로부터 무거운 세금을 징수 당하였으며 바리사이 출신 부자 지주들로부터 수탈당했던 슬픈 땅이었습니다. 이사야 예언서는 갈릴래아를 ‘어둠과 죽음의 그늘이 있는 이방인의 땅’(이사 8.23-9,3; 마태 4,14-16)이라 불렀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고 선포하기 시작하셨을 때 처음 선택하신 곳이 바로 갈릴래아였습니다. 갈릴래아는 생명의 복음이 간절히 필요한 모든 곳을 대변합니다. 구원이 목마른 곳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그 현장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죽음의 안식일 안에서 안식일 다음 날의 부활을 일으키시는 주님께서는, 어둠과 죽음의 그늘이 있는 땅에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당신의 부활을 드러내십니다. 제자들은 죽음의 땅에서 부활을 선포하면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것입니다.


   천사는 이러한 사실을 제자들에게 전하는 사명을 여인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여인들은 사도들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죽음의 공포 속에 있던 제자들에게 주님 부활의 소식을 전하는 그 자체가 복음 선포였습니다.

   복음 선포의 길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제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러 달려가던 여인들은 그 선포의 길 한가운데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여인들은 주님의 부활을 확인하고 그분께 엎드렸으며 그분의 발을 붙잡고 절하였습니다.

   오늘 우리도 부활하신 주님을 붙들 수 있습니다. 그분의 발만 아니라 그분의 손도, 그분의 거룩한 얼굴도 만질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여러분과 함께 계시고, 이제 성체의 모습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의 온몸을 여러분이 받아 모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체의 신비를 삶으로 드러내면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체험할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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