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8호 2026년 3월 15일
가톨릭부산
깔딱요기


김혜연 사도요한 신부
화봉성당 주임


   장미 주일입니다. 사제가 걸치는 분홍 제의색에서 드러나듯 사순 시기 재계 속에서 잠시 희망을 품는 주일입니다. 아침과 저녁 사이 시장할 때 ‘깔딱요기’라고 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허기를 면하고자 먹는 것이 점심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오늘 사순 제4주일이 바로 그 깔딱요기, 혹은 새참이 됩니다.


    함께 먹다 보면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지 저만치에서 눈칫밥을 먹는 이들도 있습니다. 오늘 주님의 능력으로 눈을 뜨게 된 불쌍한 이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타박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아직 눈뜨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들을 나무라십니다. 비록 “나는 이 세상을 심판하러 왔다.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고, 보는 이들은 눈먼 자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9,39)라고 하셨지만 이는 결코 비난과 처벌이 아닙니다.


    이미 앞서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7)라고 하신 말씀이 본심입니다. 식탁에 앉은 이들에게 “천천히 먹어라, 고루 먹어라, 늦게 온 너는 손 씻고 와라.”하고 챙기는 분이십니다. 심판이 아니라 사랑으로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의 눈먼 이에게 베풀어진 치유의 기적도 그리고 이를 알게 된 이들도 모두 식탁으로 초대된 사람들입니다. 육체적으로 보지 못하는 눈과 영적으로 보지 못하는 눈 모두를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모두가 바른 눈으로 바른길을 걸어가도록 이끌어 주시는 마음입니다.


   복음의 눈먼 이는 예수님께 고쳐 달라고 청하지 못했습니다. 몰랐기 때문입니다.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판다고 했지만, 모르는데 어떻게 팔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께서 먼저 그 고통을 아시고 흙을 파내어 눈에 덮어 주십니다. 마치 창세기의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우리를 만드셨듯이 우리를, 그 눈먼 이를 고쳐주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어려움을 아시고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미리 준비하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장미 주일에 우리에게 주어진 예수님의 ‘깔딱요기’인 것입니다.


   은혜로운 사순 시기 동안에 예수님께 희망을 두고 언제나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알고 그분께 모든 것을 의탁한다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먼저 오시는 주님을 알고 그분께 기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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