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6호 2026년 3월 1일
가톨릭부산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며 신앙의 산을 오르자

권순호 알베르토 신부

전산홍보국장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은 고향의 생트 빅투아르산을 평생 60번 넘게 그렸다고 합니다. 빛과 계절에 따라 같은 산이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그는 변하는 겉모습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을 붙들고자 했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신앙의 여정을 산 오르기에 비유했습니다. 산기슭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며 기쁨으로 걷지만, 중턱에 이르면 안개가 자욱하고 길이 험해져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르면 마침내 정상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며 하느님과 하나가 됩니다. 성인은 이를 정화, 조명, 일치의 세 단계로 묘사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세 산을 오르십니다. 오늘 복음의 변모의 산, 그리고 겟세마니의 산과 골고타의 산입니다. 변모의 산에서 예수님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아버지의 음성이 들립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우리도 신앙의 여정 초기에 비슷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기도가 응답받고, 하느님이 가까이 느껴지는 순간들입니다. 피정에서, 성체 조배에서, 미사에서 어떤 감동의 순간을 체험하고 베드로처럼 우리도 말합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 이 순간에 영원히 머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겟세마니에서는 예수님이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셔도 하늘은 침묵합니다. 제자들도 잠듭니다. 우리도 신앙의 여정 중간에 비슷한 순간을 겪습니다. 아무리 기도해도 응답이 없는 것 같고, 하느님이 멀게만 느껴지고, 온갖 근심과 시련 속에 홀로 남겨진 것 같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제자들이 그랬듯이 이때 우리는 좌절하고 맙니다. 


   골고타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외치십니다.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주님,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예수님은 마치 버림받고,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예수님은 이 완전한 절망의 순간에 하느님 아버지와 가장 깊이 하나가 되십니다. 어둠 속에서도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을 끝까지 신뢰하십니다. 예수님은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언제나 함께 계심을 믿고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걸어 가십니다. 그리고 부활의 영광을 맞이하십니다. 


   사순 시기는 겉모습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훈련을 하는 시기입니다.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떠한 상황이든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입니다. 위로의 산이든 침묵의 산이든 고통의 산이든, 그 어디든 예수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사순 시기의 산을 오릅시다. 그 길의 끝에 부활의 영광이 우리를 기다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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