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4호 2026년 2월 17일
가톨릭부산
“허리에 띠를 매고 깨어 있는 신앙”


김상균 안토니오 신부
장유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5-36)

   여기서 “허리에 띠를 매고”라는 말씀의 성경 원문 그리스어는 ‘페리에조스메나이’인데요, 이 단어는 완료 시제라고 합니다. 곧 단순히 한순간 “허리에 띠를 매라”는 명령이 아니라 “띠를 이미 매어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라”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말씀은 일시적인 행동이 아니라 지속적인 행동을 명령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허리에 띠는 왜 지속적으로 매고 있으라고 예수님께서 명령하셨을까요?

   고대 근동 문화에서 허리에 띠를 매는 행위는 즉각 행동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허리에 띠를 매는 것은, 긴 겉옷의 자락을 묶어 행동을 방해하지 않게 하고, 언제든 달리고, 움직이고, 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표현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던 파스카 밤에 허리에 띠를 매고 음식을 먹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탈출기 12장 11절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그러므로 “허리에 띠를 매고”라는 말씀의 성경 원문 그리스어 ‘페리에조스메나이’는 “일할 준비를 하다”, “봉사할 자세를 취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히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주인을 맞아 봉사할 준비를 갖추고 있으라는 명령을 하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언제든 떠날 준비, 행동할 준비와 즉각적인 순종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이는 세상적인 안일함과 나태함에 영혼이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자세입니다. 띠를 매지 않은 긴 옷은 언제든 발에 걸려 넘어지게 만들 듯, 세속적인 염려는 우리의 영적 발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하느님께서 언제 우리에게 맡길 일을 보여주실지, 언제 이웃을 통해 말씀하실지, 언제 양심의 울림으로 우리를 일으키실지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허리에 띠를 매고 지속적인 각성의 삶이 필요합니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늘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주님의 부르심에 즉각 응답할 준비를 갖춘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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