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13호 2026년 2월 15일
가톨릭부산
“말로 짓는 죄”

 
김상균 안토니오 신부
장유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마태 5,22)

   이 말씀은 단순히 욕설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오늘 말씀에서 “바보!”라고 번역된 성경 원문의 그리스어 “라카”는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 “텅 빈 사람”,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존재를 깎아내리는 멸시의 말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까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바보”라는 말은 누군가의 지적 능력을 비난하는 언어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모욕하고 멸시하며 하찮게 취급하는 모욕적인 언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을 한 사람을 ‘최고 의회’에 넘겨진다고 하신 것을 보면 그렇게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통해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보지 않고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태도가 얼마나 중대한 죄인지 강조하십니다.

   다음으로 “멍청이!”라고 번역된 성경 원문의 그리스어 “모레”는 ‘어리석은’ 또는 ‘우둔한’을 뜻하는 말이긴 하지만, 문맥상 도덕적·영적 어리석음을 비난할 때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멍청이”라는 말은 상대를 향해 “하느님 보시기에 가치 없는 죄인”으로 단정 짓는 듯한 언어였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였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이는 “불붙는 지옥”에 던져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육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무심코 뱉은 한마디로 누군가의 마음을, 자존심을, 삶의 의미를 짓밟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하느님의 눈에는 살인이 칼뿐 아니라, 멸시의 단어로도 일어날 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우리의 악한 말로 형제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며, 궁극적으로는 그를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존엄성에서 끌어내리려고 한다면 큰 죄를 짓는 것입니다. 

   신약성경 야고보서에는 말이 짓는 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혀는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악한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독이 가득합니다.”(야고 3,8)

   오늘 예수님 말씀과 야고보서의 이 말씀을 종합해 보면, 외적인 살인 행위가 아니더라도, 특정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미 살인과 같은 죄를 지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입술이 하느님의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무기가 아니라 평화와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기를 주님께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하느님의 말씀을 닮아 내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론

제2031호
2010년 1월 10일
가톨릭부산
제2030호
2010년 1월 3일
가톨릭부산
제2028호
2009년 12월 27일
가톨릭부산
제2027호
2009년 12월 25일
가톨릭부산
제2026호
2009년 12월 17일
가톨릭부산
제2025호
2009년 12월 10일
가톨릭부산
제2024호
2009년 12월 3일
가톨릭부산
제2023호
2009년 11월 26일
가톨릭부산
제2022호
2009년 11월 19일
가톨릭부산
제2021호
2009년 11월 12일
가톨릭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