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2호 2025년 10월 6일
가톨릭부산
복음의 보름달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몰운대성당 주임

   오늘은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입니다. 고향 부산을 찾으신 교우님들과 가족분들 모두를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한국천주교회는 한해의 수확을 맺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이웃나눔을 실천합니다. 또한 돌아가신 조상과 친지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그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는 언젠가 우리 또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앞서 가신 분들과 기쁨으로 다시 만날 재회의 희망을 품게 합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오늘 예수님께서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통해 탐욕을 경계하고 사랑을 실천하라고 가르치십니다. 부자는 풍성한 수확을 오직 자신만을 위해 축적하려 했고, 하느님께서는 그의 목숨을 그날 밤 거두어 가십니다. 이는 인간의 생명이 결코 재산에 달려있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이 부자의 첫 번째 잘못은 수확의 은혜를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고 자신의 노력만을 과신한 교만함이었습니다. 농사는 인간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우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두 번째 잘못은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자신의 부귀영화만을 위해 살았다는 점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를 허락하신 것은 가난한 이웃을 도우라고 맡기신 청지기로서의 사명이었지만, 부자는 이 재산을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그는 사랑과 나눔을 잊은 채 죽음의 길을 걸었고,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재산은 그의 생명을 단 하루도 늘려주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존재로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야 하며, 이웃과 사랑을 나눌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실현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기적인 삶은 영적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요즘 유행하는 “내돈내산”이라는 표현 속에는 황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이기주의의 독이 숨어있습니다. 이 말은 이웃에 대한 관심과 자선을 차단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자주 사용할수록 애덕의 사명을 잊게 만듭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사람답게 이웃과 넉넉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갑시다. 그 사랑은 오늘밤 보름달이 저물어도 언제까지고 빛나는 복음의 보름달이 되어 우리 마음과 앞길을 비추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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