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9호 2025년 9월 21일
가톨릭부산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조성문 마르티노 신부
신학원장 겸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영원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 지혜와 자비의 지극히 자유롭고 심오한 계획으로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들어 높여 신적 생명에 참여하게 하셨다.”
(교회헌장 2항) 


 
   하느님이 우리를 만드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를 단순히 세상에서 잠시 살다가 사라지는 존재로 두시려는 게 아니라, 당신의 생명, 곧 영원하고 충만한 사랑 안에 들어오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순교자는 바로 이 목적을 끝까지 붙잡은 사람입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육신의 생명이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조금 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사는 그 영원한 생명, 곧 창조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그 목적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순교자는 죽음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의 위협이 아무리 거세도, 그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잃는 것을 더 두려워했습니다.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그 목적을 포기하는 것은, 곧 자신이 왜 창조되었는지를 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우리도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리고 순교자들의 모범대로 매일의 삶에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눈앞의 이익과 편안함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하는 생명을 향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작은 희생을 받아들이고, 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으며, 신앙을 지키는 그 모든 순간이 우리를 창조 목적에 더 가까이 데려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이유는 그분과 함께 영원히 사는 데 있습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 당신 안에서 완성되도록 우리를 부르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그분과 친교를 이루며 살도록 부름받은 것입니다. 순교자들은 자신의 생명보다 하느님과의 관계와 그분의 뜻을 더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리하여 세상의 압력이나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고, 순교자들은 끝까지 그 길을 걸어갔던 것입니다.

   순교자들의 이러한 삶은 단지 과거의 특별한 사건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도전을 줍니다. 우리는 피를 흘리는 극적인 순교의 상황에 처하지는 않을지라도, 날마다의 삶 안에서 신앙을 선택하고 지켜내야 하는 순간들을 맞이합니다. 가족과 직장에서, 사회와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작은 결단과 희생이 바로 오늘의 순교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일상 속의 작은 순교를 통해 그 신적 생명에 날마다 한 걸음씩 더 다가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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