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창 스테파노 신부
삼산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하고 말씀하십니다. 평화와 사랑을 전하러 오신 예수님의 말씀으로는 다소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불’은 세상을 깨우는 ‘사랑의 불, 진리의 불’을 나타내는 말씀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이 ‘분열’은 복음을 따르려면 시련과 고통의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말씀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삶은 태어나실 때부터 시련과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루카 2,34)라는 시메온의 예언처럼,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표징이 되셨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정은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향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길에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시고 순수한 복음의 불꽃을 지키기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신앙의 길에서 괴로움과 시련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앙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공동체 안에서는 신자들과의 갈등과 상처로 서로 아파하고, 기도와 봉사를 통해 기쁨과 평화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힘들어지는 현실의 고통은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시련은 예수님께서 겪으셨을 고통을 우리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끝까지 걸어가셨듯이 우리도 이 시련을 예수님과 함께 견디어 낼 수 있게 합니다. 왜냐하면 그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의 불을 지펴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예수님께서 지펴주시는 불은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불은 우리를 태워 없애는 파괴의 불이 아니라, 우리 안에 희망과 용기, 사랑과 진리를 일으키는 정화의 불입니다. 그 불은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고 우리를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이끌어 줍니다. 예수님께서 지펴주시는 불이 우리 안에서 마음껏 타오를 때 우리의 삶은 다시 진정한 평화와 행복으로 인도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