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4호 2011년 2월 27일
가톨릭부산
따뜻한 이별의 정거장

따뜻한 이별의 정거장

안윤문 베아드리체 / 부산성모병원 완화의료센터 팀장

삶의 마지막을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세계로 떠나려는 이들이 잠시 머무는 이곳, 부산성모병원 10층 호스피스 병동. 사람이 태어나 살다 언젠가는 죽는 것이 평범한 진리임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고 이별을 맞이하는 이들의 슬픔 앞에서는 매번 숙연해지곤 한다. 그래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차분히 마지막을 준비해 드리는 순간이, 떠나는 이나 보내는 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면서도 아름다운 시간임을 확인하게 된다.

후두암을 앓다가 임종실로 옮기게 된 요한 할아버지는 보통 하루에서 이틀이면 임종을 맞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5일간 생존해 계셨다. 그 5일 동안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성가를 부르고 대화하는 소중한 기억들을 남긴 채 가족들의 모든 슬픔을 승화시켜주고 떠나갔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 말에 평소 가족 피정이 소원이었던 그들에게 할아버지가 가족 피정을 선물로 주었다고 가족들은 말한다.

말기 췌장암으로 병동에 머물렀던 타라시오씨는 임종 10일전 병원 로비에 평소 본인이 찍어둔 사진들로 사진전을 열었다.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마지막 열정을 보여주며 가족을 비롯해 남겨진 모두에게 아름다운 삶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떠나갔다.

이렇듯 호스피스 병동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가족적 돌봄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호스피스의 선구자인 엘리사벳 퀴블러로스 박사는 “호스피스는 서로의 안녕을 빌 수 있는 시간이며, 분리된 관계를 치유할 수 있는 때이며, 서로 용서를 주고 받으며, 풀어진 삶을 단정히 모으는 때이므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몇 달, 몇 주 혹은 마지막 날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곳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이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이별을 준비한다. 서로 화해하고 삶의 마디마다 맺힌 매듭을 풀고 “사랑합니다”, “용서하세요”, “다시 만나요” 하며 껴안고 떠나보내게 하는 호스피스 병동! 이 따뜻한 이별의 정거장이 있기에 죽음이라는 낯설고도 긴 여정 앞에서 떠나는 이, 보내는 이들 모두 정녕 외롭지 않다.

열두광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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