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어요

 2019 8 14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개인에게나 공동체에 심각한 폐해를 끼치는 형제나 자매를 앞에 두고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까 ? 일반적으로, 정면 돌파하기는 부담스럽고, 직면하기가 쉽지가 않으니까, 대신 뒤에서 수근수근 거린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개인에게나 공동체에 폐해를 끼치는 형제나 자매 본인은 폐해의 심각성을 모를 때도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신다.

첫째, 먼저 둘이 만나 충고하. 둘이 만나서 충고할 때에, 중요한 것은 진지함이다. 에둘러 우회해서 이리저리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노하지도 말고 적개심을 지니지도 말아야 한다. 오직 상대방을 심각한 죄로부터 구해내고자 하는 형제적 사랑으로 시작해야 한다.

둘째, 개인적인 형제적 충고가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을 , 증인을 데리고 가라. 증인을 데리고 가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 혹은 명이 가서 충고할 , 충고가 때로는 먹혀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은 적어도 상식선에서 해결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준비과정이다.

셋째,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어쩔 없다.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합법적인 권위에 이런 문제를 알려서 이상 공동체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오늘 복음을 읽어보면, 다분히 처세술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처세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는 하나의 공동체가 사랑이라는 원리를 어떻게 견지하고, 어떻게 펼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자 함을 목적으로 한다. 사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초세기 교회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죄인들에 대한 교회공동체 안에서의 단죄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초대교회에서는 최종 판단은 하느님의 대리자인 교회 권위에 유보하라고 권고했다. 심판은 하느님의 몫이고, 교회는 상대방이 어떠하든 오직 사랑해야 의무만 지니고 있을 뿐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던 초대 교회의 모습이 오늘 복음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형제의 잘못을 교정하는데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밟는 이유가 무엇일까 ? 형제에 대한 단죄나 심판을 함에 있어서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이다. 법적인 절차를 밟기 이전 가급적 인간적, 형제적 방법으로 해결을 시도하기 위해서이다. 나아가, 모든 인간적, 형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에도 개인적으로 단죄하거나 심판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초대 교회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 적어도 2천년이라는 시간적인 갭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시대에도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지켜져야 하는 원칙과 원리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단죄하고, 판단하고, 돌아서서 욕한다. 형제를 합법적 권위로부터의 판결을 받기 이전부터 완전히 매장시키기도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심각한 잘못을 저지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잘못한 형제를 용서하기 위해, 그릇된 삶을 살아가는 이웃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을 생명의 길로 건져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이 오늘 복음 말씀의 요지이다. 잘못한 형제를 향한 충고나 교정, 격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 그래서 삶의 질이 점점 향상되는 공동체는 어떤 면에서 하느님 나라의 모습이다. 형제적 충고를 열린 마음, 기쁜 마음으로 수용하는 공동체, 형제가 어두웠던 지난 삶을 접고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는 이미 천국을 살고 있는 공동체다.

형제끼리 끝까지 화해하지 않고, 형제적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래서 서로 고소하고, 교회 권위자의 힘까지 빌려야 하고, 결국 함께 법정에까지 서야 하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 지옥의 모습이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지향해야 방향이 오늘 복음에서 그려지고 있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나침반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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