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씨앗 : 밀알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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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부산교구 해양사목
김현 안셀모 신부

 1983109일 오전 1023, 버마의 수도 랑군(지금의 양곤) 중심지의 아웅산 묘지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웅산 테러 사건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을 노리고 벌어진 암살 기도 사건이었기에, 초등학생인 저에게는 버마는 잊을 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 버마, ‘미얀마로 국명을 바꾼 뒤에, 군사 쿠데타로 세계인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나라 이름을 바꾼 것도 다 민족 간의 일치라는 명분보다는,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서유럽국가들과 미국은 미얀마대신, ‘버마라고 표기하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 버마에서 군사 쿠데타와 군부 독재에 항거하여 봄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민주화 운동이 거셉니다. 마치, 1980년대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과 너무 닮아 있어서 우리 국민들도 애태우며 도움의 손길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1987탁하고 쳤더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열사와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 사건으로 온 국민은 분노했습니다. 그 결과, “민주주의의 힘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6월 항쟁과 6·29 선언으로 이어지며, 오늘날 우리는 민주사회를 이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를 잘 알고 있기에, 어려움에 처한 버마 국민들은 한국의 역사와 전처를 이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국제적 도움을 호소하고 있고 우리 역시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Everything will be O.K”(모든 게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 숨진 19세 소녀 치알 신은, 마치 한국의 박종철과 이한열 열사처럼 버마 시위의 불씨와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T셔츠의 문구는 희망과 상징이 되었습니다.

불현듯,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요한 12,24-25)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한국 민주화의 불씨와 도화선이 박종철과 이한열 열사였다면, 그 불씨를 살려, 세상을 밝히는 큰 빛으로 만든 것은 한국 천주교회였습니다. 갈 곳 없는 학생들과 시민들, 그리고 재야인사들이 명동성당으로 모여들었고, 그곳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추도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그리고 집회를 강제해산하기 위해 쳐들어온 공권력에 맞서, “여기 공권력이 투입되면, 제일 먼저 나를 보게 될 것이고, 나를 밟고, 신부들도 밟고, 수녀들도 밟고 넘어서야 학생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거의 어둠과 같은 역사와 고통과 억압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는 양극화와 빈곤, 공정과 정의, 평등과 불평등, 기후 변화와 같은 어둠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어둠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세상을 밝힐 소명으로 불리움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씨앗이 되어, 새로운 싹을 틔워야 할지 고민하고, 우리 해양가족들이 먼저 깨달은 바를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몸소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예수님 모범과 지상명령에 따라,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루카 13,33) 우리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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