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를 기억하라=제대로 올바르게 살아라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 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11, 위령 성월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 묵상하는 달이기도 하답니다. 잘 죽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달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잘 죽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살아야지요. 잘 살아야만 잘 죽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잘 산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거리가 참으로 많은 질문입니다.

잘 사는 길 가운데 하나가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7년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사회적인 문제는 양극화 현상인 것 같습니다. 특히 1997IMF 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경제위기는 많은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파탄시키고 중산층을 붕괴시켜버렸지요. 울산의 모 지역에는 그런 단어 자체를 몰랐다고 하는 곳들도 있지만, 1997년 이후의 이 땅은 경제위기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1997년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엄청난 국가 부채를 안게 되었지요. 그 부채는 이 땅의 백성을 하나로 모아서, 금 모아서 팔기 운동까지도 벌이게 했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였지요. 그런데 그 해 이후, 정부는 지나치게 친 재벌정책을 벌였고, 골목 상권까지 장악해버린 소수 재벌로의 지나친 부의 집중은 갈수록 양극화를 심화시켰지요. 양극화로 인해 나타난 가장 부정적인 현상은 생활고로 인한 높은 자살률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살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 빈곤층이 사는 곳이랍니다. 자살의 이유 중 가장 높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경제적인 이유라는 것을 의미하지요.

사랑하는 해양가족 여러분,

우리 사회에는 전반적으로 정치 · 경제 · 사법 · 언론 권력의 유착과 그로 인한 질서의 공정성이 상당히 훼손되어 있지요.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하고, 자신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비롭고 부드러운 솜방망이 같은 사법권의 오용, 그리고 지금까지 세제 및 금융 지원과 국산품 애용운동 등의 온갖 특혜와 국민들의 희생에 크게 의존해 성장해왔으면서도, 비자금 조성, 불공정 거래 등을 만성적으로 저지르는 불의한 대기업의 행태와 이를 묵인하거나 봐주기 식으로 하는 권력기관의 감사와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 등의 현상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이러한 현상들은 지금 시대가 요청하고 있는 가장 시급하고 우선적으로 강조되고 시행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자비가 아니라 정의의 실현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요? 왜곡된 질서를 바로 잡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아모 5,24) 오늘날 한국 사회가 요청하고 있는 시대정신 아닐까요? 이 시대정신이 갖추는 것이 오늘날 이 땅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 바로 잘 죽기 위한 준비를 하는 삶을 제대로 산다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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