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학교 가톨릭학생회 회장을 마치며

한국해양대학교 졸업생

오문수 야고보

      

본당 사목회에서 활동을 하시는 아버지와 주일학교 교리교사와 말씀봉사자로 활동하시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저는 신앙심 깊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어릴 적 복사단장과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했던 제게 예수님은 항상 첫 번째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무감으로 성당을 가게 되었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점점 더 예수님과 멀어져 갔습니다. 가끔 집에 갔을 때도 수험생활에 지친 저는 주말이라도 쉬고 싶었고 같이 성당에 가자는 부모님의 말씀이 귀찮게만 느껴졌습니다. 그 때 저는 대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게 되면 성당을 다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집과는 다른 지역에 있는 해양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앞으로 성당을 가지 않겠다는 결심은 사라지고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저 스스로 가톨릭학생회에 이끌리듯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때론 엄하면서도 잘 챙겨주시는 선배님들이 좋았고, 학교에 찾아와 주일미사를 해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시는 해양사목 신부님이 좋았습니다. 바쁘고 힘든 학교생활 속에 가톨릭학생회 동아리는 따뜻한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항상 사랑을 베푸시는 신부님과 선배님들을 보며 나도 지금 받은 것들을 다시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4학년이 되어 가톨릭학생회 회장을 맡게 되었고 내가 느꼈던 사랑을 우리 후배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가톨릭학생회 회장이 되어보니 보이는 것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동기들, 후배들과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했고 더욱 뜻 깊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동아리방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대학교 축제, 적도제 때는 함께 모여 즐기고 기뻐했습니다.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위로해주었습니다. 또한 봉사활동을 하며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도보성지순례를 하며 불타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신앙심이 부족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계명 중 으뜸은 사랑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가톨릭학생회에서 지낸 4년 동안 열심히 사랑했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학생회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과 제 종교를 사랑하면 할수록 제 자신이 작아짐을 느꼈고 제 것이 아깝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예수님의 계명을 느꼈습니다. 우리 해양대학교 학생들은 졸업을 하면 바다로 나갑니다. 바다로 나가게 될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했고 사랑한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같이 저 바다 끝에서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추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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