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아파하고, 함께 견뎌내며, 함께 희망합시다.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힘듦이 밀물 들어오듯 들이닥칠 ,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다가 마침내 어디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만나기 힘들 , 사람들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향하고 « 살려달라 » 절규합니다. 대면 상황에서 살아온 삶의 양식, 내륙적인 삶의 양식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나 망망대해 속의 일엽편주와도 같은 상황 속에서 살아 가야 하는 선원들에게는 대면보다는 비대면 상황에서, 내륙보다는 해상에서의 삶의 양식에 익숙할 밖에 없습니다. 출항하면, 금새 사방팔방이 모두 바다니까요. 기대고 싶고, 도움의 손길을 바릴 때에는 동료선원들과 VTS(Vessel Traffic Service, 해상교통관제 시스템), 선박 소속회사, 그리고 아직은 몇몇 상선에서만 가능한 위성 인터넷 Wifi 통한 통신을 통해서야 이뤄집니다. 동료선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대면 상황인 셈입니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 판데믹 상황은 많은 사람들을 사회적 거리두기, 혹은봉쇄령이라는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고통 속에서 살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만, 선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준을 넘어서서 거의 코호트 격리 수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선박이 항만시설에 입항을 해도 하선할 수도 없고, 선적이 끝나면 곧바로 출항을 해야 합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하선을 해야 하는 선원들도 격리조치 때문에, 하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교대근무를 위해 항만 시설 근처에 대기중인 선원들도 승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Stella Maris 방선팀은 지난 2 7 이후로 방선(선박방문) 전면 금지되었고, 선상미사나 선상전례조차 거행할 없는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항만에 정박중인 선박 내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선원들을 위해서 항만공사 측에서는 Wifi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국 땅을 밟을 수도 없고, 기착지의 땅을 밟아 수도 없는 선원들, 그래서 가족들이나 친구, 친척에 대한 그리움을 켜켜이 쌓아둘 밖에 없는 그들의 고충을 겨우 진정시키고만 있는 실정입니다.

어려운 때에, 부산 해양사목에서는 매일 사무실에서 저와 사무장, 그리고 사무처장 이렇게 셋이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코호트 격리 수준 속에서 지내야만 하는 선원들 때문에 그들과 대면할 수는 없지만, 영적으로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면서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 묵주 150개를 손수 제작해서, 도선사님들을 통해 신자 선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해양가족 여러분,

고통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를 아끼거나 서로를 두려워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코로나 판데믹 상황은 물리적으로는 서로서로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더욱더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 연대하는 , 예수께서 말씀하시고, 당신의 삶으로 온전히 실천하셨던 사랑을 이상 미뤄서는 된다고, 이제 사랑을 살아가야 한다고 우리를 다그칩니다. 어려운 때에, 우리 교회가, 아니 우리 해양가족들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을 맞이하던 아들의 고통에 온전히 함께 하셨던 성모님을 따라 코로나 판데믹으로 말미암아 격리의 고통을 겪고 있는 선원들과 영적으로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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