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以熱治熱)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 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벌써 주째 비소식이 가물가물하고, 나라가 바짝바짝 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선박들에는 그나마 에어컨 바람이라도 나오니 그곳의 선원들은 그나마 만하겠지만, 그러지 못한 선원들은 정말 힘겨운 여름을 보낼 듯합니다.

7월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사람들은 나에게로 오시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들의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예수님께 간다고 해서, 멍에가 없어지고, 짐이 없어질까요?

수님께서도 멍에가 편해지고, 짐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지, 멍에와 짐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요. 그분께 간다 하더라도 변한 것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고, 삶이 가져다 주는 고생과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 듯합니다. 예수님 믿는다고, 성당 다니고 영성체 한다고 내가 마셔야 고난의 잔이 치워지는 것도 아니지요. 도리어 나에게 많은 짐을 씌우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분명 있지요.

하지만 가지가 달라집니다. 진정으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사랑의 삶을 깨닫고, 사랑의 길을 걸어보고, 예수님의 삶을 안에서 실천하다 보면, 나아가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진리를 깨닫고 나면, 삶의 멍에는 그대로이나 멍에가 편해지고, 짐은 그대로이나 짐이 가벼워집니다. 이것이야말로 신앙의 신비이지요. 정말로 편해서 편한 멍에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가벼워서 가벼운 짐이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 때문에, 그분과 함께 하기 때문에, 편할 있고 가벼워 있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해양가족 여러분,

산다는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산다는 것이 힘겹고, 어렵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살아가는 아닐까요? 우리들 신앙인은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지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 그것이 우리들을 살게끔 하는 힘이 됩니다.

그분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에게 복음으로 다가오십니다. 이 무더운 7, 누군가에게 복음이 되기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몸소 찾아가 그들을 도와주는 사마리아인과 같은 이웃이 되어 주기를, 가마솥에서 푹푹 쪄지는 뜨거운 감자처럼, 뜨겁게 살아가는 여름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참된 의미가 이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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