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어요

2020 4 9일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강론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미사 지향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말미암아 세상의 많은 곳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 많은 곳에서 오늘 성목요일 전례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오늘 성목요일을 맞이하면서, 지금 그리고 여기 이 지구에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바는 자명하다. 세상의 아픔에 함께 동참하고,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물질적, 정신적, 영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도움의 근원은 하느님, 생명을 살리시고, 희망을 가져다 주시는 하느님이다. 오늘 미사는 그 하느님께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교회, 오직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야할 교회가 지난날 그러지 못했음을 회개하며, 교회의 본분에 충실하기를 기원하면서 이 미사를 봉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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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성 목요일만 되면, 아침에는 성유 축성미사를 드리고, 저녁에는 신자들과 함께 주님 만찬미사를 봉헌했다. 그리고 세족례도 했었다. 프랑스에 유학하던 당시, 빠리 교구에서는 성유 축성미사를 성목요일이 아니라, 많은 신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전날 수요일 저녁에 드렸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몰고온 변화들 때문에, 기존에 지켜져 왔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성유축성미사는 무기한 연기되었고, 주님 만찬 미사는 신부들 각자가 드리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의 경우, 사무장과 사무차장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겠다.

예수께서 잡혀 가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면서, 사제직을 세우신 날이 오늘 목요일이라고 해서, 성 목요일을 두고, 사제들의 생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은 사제들만을 위한 날이 아니다. 세례를 받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동참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날이다.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되면, 삼중 직무를 받게 된다.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고 진리를 증거하고 증언하는 예언자로서, 빛과 소금이 되어 세상에 봉사하는 왕으로서, 세상과 하느님 사이에 다리가 되어 세상을 거룩하게 하는 사제로서 살아가는 사명을 받게 되는 순간이 바로 세례를 받는 순간이다.

세례를 받아서 예언자가 되고, 왕이 되고, 사제가 된 우리들, 이제 하느님의 아들, 딸들이 된 우리들이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된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 바오로 사도께서는 갈라디아인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갈라 2,20).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살기에 우리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이며, 우리 안에 그분이 계시기에, 그분께서 이 세상을 위해 목숨을 내어 놓았듯이,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렇다. 세례는 바로 이러한 그리스도로 사는 삶에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스도로 사는 삶이란 사랑하는 삶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성당 열심히 다니고, 기도 열심히 바치는 것만이 그리스도로 사는 삶이 아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는 삶, 그 삶이 그리스도로 사는 삶이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사는 것이 힘에 부치고, 사랑하는 것이 두렵고 그 삶이 녹녹치 않음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우리이기에,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고 고개마저 떨구고 싶은 우리를 하느님께서는 그 구렁텅이에서 건져 내시어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먹이면서까지 우리로 하여금 다시 또 살게끔, 사랑하게끔 하신다. 그래서, 하느님의 몸을 먹고, 그분의 피를 마시는 우리는 우리들의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바오로 사도를 따라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하느님이 우리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 환난입니까 ? 역경입니까 ? 박해입니까 ? 굶주림입니까 ? 헐벗음입니까 ? 위험입니까 ? 칼입니까 ?...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에 힘입어 이 모든 일을 이기고도 남습니다(로마 8, 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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