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어요

2020 1 13 연중 1주간 월요일 해양사목 월미사 강론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2020 새해가 밝은지 벌써 13일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설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새해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가 그리 겸연스럽지는 않은 듯하다. 새해 많이 받으세요.

방금 전에 들었던 오늘 2020 1 13 연중 1주간 월요일 미사의 복음은 새해를 맞이해서 마음 출발을 하려고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 깨물어보려는 믿는 사람들에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정표로 다가온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무슨 계획들을 하셨는가 ? 올해에는 적어도 이것 하나만큼은 이뤄야겠다는 다짐은 하셨는가 ? 2020 올해 월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가 들었던 복음은 예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는 순간의 이야기, 구원의 첫삽을 뜨는 순간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세상에는 복음이라는 것이 많다. 대박났다는 복음, 출세했다는 복음, 로또에 당첨됐다는 복음, 아기가 태어났다는 복음,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복음, 등등 많다. 4월이 되면, 당선이 되었다는 복음도 들릴 것이다. 그런데, 예수께서 전해준 복음은 « 하느님 나라가 왔다 » 복음이었다. 하느님 나라가 왔다는 말은 하느님이 왔다는 뜻이다. 예수께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말씀하실 , 이것은 하느님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를 위하여 하느님이 계시다는 뜻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향하여 결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셨다는 말이다. 이제야 하느님의 다스림이 결정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복음이 현실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회개다. 하느님이 세상을 위해 결정을 내려 세상에서 하느님의 통치를 결정적으로 행사하시기를 원하신다면, 인간도 결심을 하고, 하느님의 오심에 상응하여 행동해야 것이다. 하느님의 오심을 받아 들이고, 그분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이 회개라면, 회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

회개는 그저 자기의 과거를 샅샅이 뒤져 죄를 찾아내고 그것을 아파하는 자학(自虐)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회개는 과거를 돌아보고 부르짖는, 절망의 ‘내 탓이오’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은 뒤를 돌아보고 살도록 사람을 만들지 않으셨다. , , , 우리의 감각 기관들이 모두 앞을 향해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뒤는 잠시만 돌아보라는 아니겠는가? 회개는 자기 과거를 잠시 뒤돌아보고, 하느님의 미래를 향해 자기의 궤도를 수정하는 작업이다.

또한 회개는 사랑의 삶이기도 하다. 이기적 욕심에서 복음을 읽으면, 복음은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하나도 없다. 지혜도 깨달음도 주지 않는다. 복음을 제대로 읽으려면, 이기심의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 그리스도 신앙은 대단한 고행을 요구하지도 않고, 우리의 이기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도 않는다.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의 삶을 따라 살기를 바랄 뿐이다. 예수의 삶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는 삶을 보여준 성사였다. 보이지 않는 것을 있게 하는 것이 성사라면,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신다는 보이지 않는 진리를 있게 총체적인 삶이, 총체적인 몸뚱아리가 바로 예수였던 것이다.

삶은 사랑의 삶이었다. 지독하게 아프지만, 기쁜 사랑이었다. 사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픈 것이다.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이 무어 그리 행복하겠는가? 속만 썩일 뿐일지도 모른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겠는가? 그러나 자녀들이 아주 가끔씩, ‘아빠 사랑해’, ‘엄마 사랑해’, ‘아빠 고마워’, ‘엄마 고마워라고 해줄 , 자녀들을 향한 사랑은 아프지만 기쁨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삶을 이리저리 재단하려 하고, 꿈보다는 자신들의 꿈을 강요하다시피 하는 부모가 결국은 자기 되라고 하는 사랑의 잘못된 표현임을 자녀들이 깨닫게 , 그리고 바로 , ‘엄마가 미안해’, ‘아빠가 미안해라고 해줄 , 자녀들의 부모들을 향한 사랑은 아프지만 기쁨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이와 같이 회개는 사랑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우리들의 몸뚱아리로 온전히 드러내려고 애쓰는 작업이 바로 다름아닌 회개인 것이다. 과거에 지은 잘못과 죄들에 대해서 자각하고, 그것들에 용서를 빌면서 동시에, 다시는 그런 일들을 범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이 인간관계, 신과의 관계를 형성하려고 손을 내밀고, 발을 뻗고, 몸을 앞으로 내어 던지는 행위가 바로 회개인 것이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2020 월미사를 봉헌하면서,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 , 우리는 하느님이 왔다는 복음을 우리의 삶으로 전해야 하고, 삶의 모습은 바로 다름 아닌 회개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2020 첫월미사부터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삶의 방향과 길을 열어주시면서, 우리들을 삶의 기쁨으로 인도하고 계신다.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 얼마나 아름다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