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어요
2019년 10월 2일 수요일 수호천사 기념일 미사 강론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우리는 수호천사 기념일을 지내고 있다. 교회는 오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도와주는 영의 움직임에 대해서 깊이 묵상하기를 권고한다. 교회는 오늘 어떤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주님의 천사들이 하늘에 오르내리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도 천사들과 성령의 도움이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고, 결코 절망하지 말기를,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가르친다.
 천사들은 영적인 존재이며, 우리가 완전하게 알지 못해도 우리 곁에 함께 있다. 많은 신자들은 자신들이 위험에 처해있거나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들의 도움과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방금 전 우리가 들었던 제1독서의 말씀에서도 천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마르코 복음 13, 27에서도 천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 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오”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마지막 날에 백성들을 모아 들이시기 위해서 천사들을 보내실 것이라는 말씀인데, 이 말씀에 기대어, 신자들은 하느님의 왕좌에로 천사들이 이끌게 될 그 날을 준비하도록 기도하기도 한다.
 요한 복음 1,51에 보면, 예수께서 나타나엘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바르톨로메오 사도를 만나시면서, 바르톨로메오와 당신의 제자들에게 나중에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놀라운 일을 보게 될 증인들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요한 1,51).
 나타나엘을 포함한 예수의 제자들에게 하신 이 말씀은 그들만을 위한 말씀이 아니다. 믿는 이들 모두에게 하신 말씀이다. 우리들 자신이 될지, 아니면, 우리들의 후손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사람, 그리스도인은 비록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씩이라도, 자신이 주님의 천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 가는 사람은 언젠가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가 지내는 수호천사 기념일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오늘 우리가 지내는 축일은 천사들을 기리고, 천사들의 업적을 찬양하는 그런 축일이 아니라,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스스로 땀 흘리시며 일하시는 분, 그 일 때문에, 세상을 위한 구원 때문에 천사들까지도 파견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는 날이 바로 오늘 수호천사 기념일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땀 흘리시는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모든 존재는 다 천사이다. 하느님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면, 나도 여러분에게 천사가 될 수 있고, 여러분도 나에게 천사가 될 수 있고, 여러분도 여러분들 서로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
 오늘 복음은 이 물음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해주시는 주님을 보여준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여러분은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에서 작은 이들이란 누구일까? 키 작은 사람? 어린 아이? 사람마다 대답은 제 각각이겠지만, 지금 이 나라 이 땅에서 업신여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무기를 들고 사랑할 수는 없다며, 오늘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느라,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갖은 욕설과 비난으로 사람 취급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는 제주 강정의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죽음을 각오하고, 무덤을 파놓은 채, 생명의 보호와 보전을 위해 공사판의 인부들과 용역직원들과 경찰이 아닌 견찰(犬察)과 대치하며,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는 밀양의 할매, 할배들, 이 나라 이 땅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쌍용 자동차 해직 노동자들, 그들이 바로, 지금 이 나라 이 땅에서 수많은 업신여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며, 천사를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정의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 평화의 하느님 뵙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이들, 그들에게 천사가 되어 주는 것이 지금 이 나라, 이 땅에서 믿는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 교회, 바로 나, 바로 너, 바로 우리들, 지금 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 모두다.
 천사를 보고 싶은가?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너와 내가 우리들 모두를 포함한 이 세상에 천사가 되어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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