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어요
2019년 9월 16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그 당시 정치 상황에서 크나큰 스캔달을 야기할 수 도 있는 말씀을 하신다. 당시 예수님의 나라였던 유다는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고, 예수님은 로마 제국의 권력을 상징하는 로마 백인 대장을 만나셨다. 백인대장은 자신이 아끼던 종이 병이 들자, 예수님께 그 종을 치유해 주기를 간청했다. 이러한 백인대장을 보고 예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습니다.” (루카 7,9)
예수님의 이 말씀을 오늘날 우리 식으로 이해하자면, 마치 어느 불교 신자가 하는 선한 행실을 보고 교황님이, ‘나는 가톨릭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고, 식민통치의 선봉장에 서 있는 백인대장을 칭찬하는, 그야말로 반민족적인 행동이라고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말씀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백인대장이 드러낸 믿음은 과연 무엇이었길래 예수님이 그토록 경탄해 마지 않았던 것일까? 예수님을 경탄케 했던 것은 백인대장의 ‘요청’에서부터 시작된다. 백인 대장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청하지 않았다. 그는 “와서 자기 노예를 살려 주십사고”(루카 7,3) 청했다. 많은 신앙인들이 백인대장처럼 하느님께 이것 저것 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그 요청의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위하거나 기껏 자기 가족, 자기 친척을 위한 요청이다.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서 청한다 하지만 실은 부모 자신의 위신을 위해서 청하는 속셈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자녀가 못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자신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이다.
백인대장의 요청에 예수께서는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하신다. 청원의 진솔함을 이미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백인대장이 사람을 보내어 예수님이 수고하시지 않도록 한 것이다. 백인 대장은 자기 휘하의 사람들에게 명령할 권리가 있으니 예수님도 그리 하실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일까? 많은 경우,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을 찾는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을 찾아 다니다가 엉뚱한 것에 빠지는 이들이 한둘이 아닌 듯하다. 사주에 빠지고, 타로 카드에 빠지고, 엇나간 이교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사기꾼들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사람들 위에 군림한다.
사랑하는 해양가족 여러분,
우리가 믿는 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이시다. 그분의 능력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이루어지는 능력이다. 우리의 믿음은 눈에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 복음이 증언하는 백인 대장의 믿음은 그 어느 이스라엘 사람보다도 더욱 굳건한 것이었다. 보이는 것만을 숭상하는 우리시대에 백인대장의 믿음의 태도는 믿음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반성케 한다. 오늘 복음 나에게는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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