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원고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와 영성의 길을 찾아서
 
온천성당 조비오(비오)
 
예수님의 십자가상의 고통과 죽음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옆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의 죽음 직전 구원 소식은 하느님 나라로 나아가는 참된 길이 무엇인지를 예수님께서는 명확히 우리에게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구원 사업의 실천의 첫 번째 구원자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도 아니고 한낱 강도에 불과했고 예수님께서는 그냥 그날 처음 본 옆에 같이 못박힌 자를 자신의 구원사업의 첫 번째 구원자로 등극시켜 주십니다. 이 얼마나 극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의 한 없는 인간 사랑의 실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강도의 회개와 구원에 대해 교과서적이지 않게 좀 더 깊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십가가에 못 박힌 강도가 어쩜 지금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예수님의 수난을 통해 영세를 받고 구원사업에 초대는 받았지만 진정 하느님과의 일치 그리고 하느님처럼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 나라도 들어가는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는 하느님에게 나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뭔지 그리고 방해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규명하여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교만’이라고 봅니다. 악마 루시퍼가 하느님처럼 되고자 천상 천사들을 이끌고 하느님께 대항하여 끝없는 추락을 함과 동시에 인간을 암흑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지금도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구별하고자 하는 욕망과 교만 때문에 뱀의 꾐에 넘어가 낙원에서 추방되었듯이 교만은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근원적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간 본성을 그리고 끝없이 갈망하는 교만을 어떻게 우리 자신으로부터 몰아내고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지를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의 구원 소식에서 찾아 보고자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임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아마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성경 구절을 잘못 이해하게 되면 우리도 죽을 때에 딱 한번 회개만 잘 하면 모두 천국으로 갈 수 있지 않나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통해 구원사업에 초대를 받았고 초대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초대장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하느님의 나라 잔칫상에 들어갈 수는 없을 것 입니다. 복음의 비유에서도 등잔불을 밝히는 처녀들의 이야기를 묵상하면 의미를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시점을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 못 박히신 순간으로 되돌아 가서 또한 그 옆의 강도가 처한 순간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양손과 양발에 못 박혀 몸에서 피가 흘러 내리는 가운데 매달린 채로 6시간 이상 죽음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이 강도는 처음에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전혀 뉘우침이 없었을 것 입니다. 시간이 차츰 흘러감에 따라 체념과 그 동안 자기한 잘못에 대한 일에 대한 회개 그리고 또 다른 원망과 체념들이 매시간 시간 마다 반복하여 흘러가면서 죽음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을 것 입니다. 그 순간 옆에 같이 십자가상에 못박힌 예수님과 그 주변의 추종자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입니다. 그분이 누군지 그때 처음 들었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그전에 예수님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강도 또한 십자가상의 그 큰 고통을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 죽음에 임박하자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내려 놓게 됨으로써 그 동안 자기 내면 속에 있는 모든 교만이 사라짐으로써 하느님을 발견하게 되고 완전히 하느님께 의탁하게 됩니다. 왜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느냐라고 따지듯 물으시면 그 강도가 예수님에게 건넨 말이 하느님께 의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한마디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이 말 한마디는 자기가 삶을 살아오면서 지은 죄게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는 너무 보 잘 것 없는 존재임을 온전히 깨달았기 때문에 옆에 하느님의 아들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구원을 청하지도 않고 그냥 기억해 달라고만 외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수님 또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고 외치는 원망 섞인 인간적인 고뇌의 말씀을 하느님께 드리지만 곧 다시 마지막 순간에 앞에서 말한 회개한 강도처럼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라고 함으로써 마지막 남은 예수님의 인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하느님의 복된 성자로서 성부처럼 거룩한 사람이 되어 죽은 이로부터 부활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더 높였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 많은 작고 큰 고통 속에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신앙공동체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고통은 어쩌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자기 곁으로 이끌기 위한 부르심 일수도 있습니다. 그 고통에 응답하고 슬기롭게 이겨낸 사람은 십자가에 못 박혀 구원 받은 강도처럼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내려 놓고 교만이 없어지게 되면서 그 어떤 외부 환경으로부터 힘들임이 없는 마음의 평정(apatheia)의 상태를 갖게 될 것이며 내적 평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봅니다.
아마 그런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큰 고통에서 끝이 없는 나락 속에 빠져 허우적 거릴 때 의지하고 의탁할 곳을 오직 하느님 한 분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힘에 겨워 내민 우리의 구원의 손길을 하느님께서 기꺼이 끌어 당겨주시리라 믿습니다.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이 십자가상의 죽어가는 순간을 목격하는 순간, 예수님이 십자가상에 죽어가면서 외친 하느님께 대한 목마른 외침 그리고 예수님과 같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가는 강도의 그 순간들 큰 고통은 우리를 하느님께 이끌어 주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하느님께 완전히 의탁할 수 있는 삶을 남은 여생 동안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면 살아가도록 합시다. 아마 끝나는 그날 여정까지 무척 힘들고 힘든 여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과학이 워낙 발전하여 인공지능 로봇이 향후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줄 예측하기 힘든 인간 역사상 가장 급변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만 나중에 AI가 너무 발전하여 창조주격인 인간에 대해 교만해 지고 인간에게 대응하고자 하거나 인간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인간은 아마 그런 불량 AI 들을 과감히 폐기 처분하고자 할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하느님처럼 AI에게 어떤 기회를 줄 지도 모르고요. 그렇지만 그런 AI가 창조주로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인간인 우리가 절대 창조주인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왜 인간이 하느님께 나아가고 그 분처럼 거룩해 지고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아를 버리고 교만에서 벗어나 완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새삼 깨닫게 됩니다.
마음을 비우면 비울수록 내면의 큰 평화가 물밀듯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참 평화를 이루기를 늘깨어 기도 드리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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