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글
조회 수 74 추천 수 0 댓글 0

가게 출입문
꼭대기에 내 손이

닿을듯 말듯한
기분좋은 풍경 소리가

반갑게 소리를 내는
조용한 아침에

일면식도 없는
중년(中年) 부인이 와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저기...
저어...

혼서지(婚書紙)를
부탁하러 왔습니다만...

엥...
왠 시츄에이션(Situation)?

나는 꿀성대로
또박또박 대답을 하였다.

죄송하지만,
저는 혼서지(婚書紙)를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도 아니고

차라리
전문가에게 부탁 하시는게...

큰 두눈이 휘둥그레진
중년 부인이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넨다.

어느 한복점에서
소개를 해서 왔습니다.

아차...

그 한복점 주인은
나와 가까운 지인이다.

아...
그래요...

그러면,

더듬더덤
작성할 수는 있으나

저는
전문가가 아닌지라

필체(筆體)도
뛰어나지 못하고

작성할 시간도
충분히 주셔야 되는데

어찌
후회는 안하실런지...

아... 예..
저는 괜찮아요!

그 중년
부인으로부터

본관(本貫),
혼주(婚主),
신랑 사주(四柱)...

필요한 사항 등을
불러 받아

이틀 후 연락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어쨌던,

고객과의
약속을 하였으니

본업은
잠시 뒤로 미루고

예전에 써 보았던
기억을

리마인드(Remind) 하여,

책상 옆
미리 사 놓았던

한지(韓紙)를 꺼내어
재단(裁斷)부터 하였고

그 한지 위에...

먹물을
적당히 빨아들인

붓으로 정성스레
써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러

밖이 어둑할 무렵...

겉 봉투 전면에
근봉 (謹封) 이라고 쓰면서

드디어,
끝을 맺으니...

해방감에서
이런 말까지 생각난다.

다행이다! 삼성생명!

혼서지를 쓰는 동안
내내

신랑이 되는
그 중년 부인 아들의

사주(四柱)를 되뇌이며

이 아들은
국록(國祿)으로 살아가야

가장(家長)으로서
별 어려움은 없을 듯 하였고

직업 또한
실제 그렇다면

더더욱
금상첨화(錦上添花) 일것이다.

혼서지(婚書紙)란?

혼인 전
신랑측에서 신부측으로

예물(禮物)과 함께 보내는
혼주(婚主)의 정중한 편지로서,

신부는
이 혼서지(婚書紙)를

일부종사(一夫從事)의
숭고(崇高)한 뜻으로 받들어

죽을때 까지
고이 간직했다가

죽음에 이르면
이 혼서지(婚書紙)를

관(棺) 속에 넣어
신(神)의 세계로 떠나감으로써

완전한
애별(愛別)을 하게 되는데...

지금
우리집 안방

장롱 밑에
훌륭히 보관중인

나의 혼서지(婚書紙)도
그렇게 만들어졌음을

진중(鎭重)으로

재삼(再三) 생각케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도 머지않아

내 자식의
혼서지(婚書紙)도

나의 부모님이
만들어 주셨듯이

나도 그렇게
되물림해 줄 생각이다.

어쩌면,
이 혼서지(婚書紙)는

자식에게 할 수 있는
부모의 도리로서

최소한의
소임(所任)인듯 하다.

오늘 이 율천(律天)이
작성한

혼서지(婚書紙)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와

양가(兩家) 집안에도

부디,
행복하기를 바란다.



丁酉年
律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