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출입문
꼭대기에 내 손이
닿을듯 말듯한
기분좋은 풍경 소리가
반갑게 소리를 내는
조용한 아침에
일면식도 없는
중년(中年) 부인이 와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저기...
저어...
혼서지(婚書紙)를
부탁하러 왔습니다만...
엥...
왠 시츄에이션(Situation)?
나는 꿀성대로
또박또박 대답을 하였다.
죄송하지만,
저는 혼서지(婚書紙)를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도 아니고
차라리
전문가에게 부탁 하시는게...
큰 두눈이 휘둥그레진
중년 부인이
나에게
다시 말을 건넨다.
어느 한복점에서
소개를 해서 왔습니다.
아차...
그 한복점 주인은
나와 가까운 지인이다.
아...
그래요...
그러면,
더듬더덤
작성할 수는 있으나
저는
전문가가 아닌지라
필체(筆體)도
뛰어나지 못하고
작성할 시간도
충분히 주셔야 되는데
어찌
후회는 안하실런지...
아... 예..
저는 괜찮아요!
그 중년
부인으로부터
본관(本貫),
혼주(婚主),
신랑 사주(四柱)...
필요한 사항 등을
불러 받아
이틀 후 연락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어쨌던,
고객과의
약속을 하였으니
본업은
잠시 뒤로 미루고
예전에 써 보았던
기억을
리마인드(Remind) 하여,
책상 옆
미리 사 놓았던
한지(韓紙)를 꺼내어
재단(裁斷)부터 하였고
그 한지 위에...
먹물을
적당히 빨아들인
붓으로 정성스레
써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러
밖이 어둑할 무렵...
겉 봉투 전면에
근봉 (謹封) 이라고 쓰면서
드디어,
끝을 맺으니...
해방감에서
이런 말까지 생각난다.
다행이다! 삼성생명!
혼서지를 쓰는 동안
내내
신랑이 되는
그 중년 부인 아들의
사주(四柱)를 되뇌이며
이 아들은
국록(國祿)으로 살아가야
가장(家長)으로서
별 어려움은 없을 듯 하였고
직업 또한
실제 그렇다면
더더욱
금상첨화(錦上添花) 일것이다.
혼서지(婚書紙)란?
혼인 전
신랑측에서 신부측으로
예물(禮物)과 함께 보내는
혼주(婚主)의 정중한 편지로서,
신부는
이 혼서지(婚書紙)를
일부종사(一夫從事)의
숭고(崇高)한 뜻으로 받들어
죽을때 까지
고이 간직했다가
죽음에 이르면
이 혼서지(婚書紙)를
관(棺) 속에 넣어
신(神)의 세계로 떠나감으로써
완전한
애별(愛別)을 하게 되는데...
지금
우리집 안방
장롱 밑에
훌륭히 보관중인
나의 혼서지(婚書紙)도
그렇게 만들어졌음을
진중(鎭重)으로
재삼(再三) 생각케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도 머지않아
내 자식의
혼서지(婚書紙)도
나의 부모님이
만들어 주셨듯이
나도 그렇게
되물림해 줄 생각이다.
어쩌면,
이 혼서지(婚書紙)는
자식에게 할 수 있는
부모의 도리로서
최소한의
소임(所任)인듯 하다.
오늘 이 율천(律天)이
작성한
혼서지(婚書紙)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와
양가(兩家) 집안에도
부디,
행복하기를 바란다.
丁酉年
律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