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원고
나의 신앙 일기
 
다윗의 적루Pr. 단장. 김 세훈 마르티노.
 
성모님과 첫 만남
 
초등학교 3학년 누나가 교리반에 다닙니다.
성당구경을 시켜달라고 보채는 나를 마지못해 엎고 가서 성당 잔디밭에 내려놓고
누나는 교리실로 향했다. 소아마비인 나는 어려서부터 잘 걷지를 못했다.
잔디밭에서 엉금엉금 기어 다니다가 하얀 기둥을 짚고 일어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얀 성모님께서 미소를 짓고 내려다보신다. 성모님께 첫 인사를 드렸다.
 
첫영성체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에 교리반에 들어갔다.
프랑스에서 오신 백 신부님은 교리시간에 다양한 교재를 사용하십니다.
요리강령과 환등기로 성경 만화를 보여주십니다.
신부님은 예수님이 되기도 하고 베드로가 되기도 하고 목소리를 바꿔 연극을 하시듯 진지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하고
우리들 가슴에 주님의 사랑을 깊이 심어주십니다.
시골에 겨울은 유난히 춥다. 난로 위 주전자에는 따끈한 우유가 준비되어 있다.
시골 아이들에게는 처음 마셔보는 우유입니다.
선진국 신부님이 베풀어 주시는 최고의 사랑이었다.
충청남도 예산군 예산읍 오류동 천주교회
1962년도 초등학교 2학년 봄에 첫 영성체를 했다.
 
판공성사
 
파란 새싹이 움트는 봄이 오면 부활절을 앞두고 판공성사를 봅니다. 성사 표를 들고 교리문답을 외우며 줄서서 찰고를 기다립니다.
 
두명씩, 세 명씩, 가족끼리, 친구끼리 양지쪽에 앉아 서로 묻고 물으며 교리문답을 외웁니다. 먼저 찰고를 받고 나오는 형제에게 “몇 주먹 외웠니” 하고 물어보며 긴장된 마음으로 신부님 방으로 들어갑니다. 찰고와 성사를 보고 나오면 금오산 자락에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나의 기쁜 마음을 알아줍니다.
 
청소년 시절
 
본당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성경공부를 열심히 가르칩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나눠 앉아서 성경공부를 합니다.
각 본당마다 청소년들은 셀에 가입합니다.
셀에 가입한 여학생, 남학생들이 각 본당 대표로 나와서
교리문제와 성경공부에 대하여 토론도 합니다.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방학이면 피정도 갑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성당에서 성서퀴즈 대회를 한다.
일등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모두 긴장을 합니다.
일등 선물은 밤에는 파란글자가 보이는 야광 탁상시계입니다.
시간을 맞춰놓고 새벽 미사를 갑니다.
 
교도사목
 
매달 둘째 화요일, 자매님이 새벽에 준비 하신 밥과 음식을 싣고 형제님과 낙동강 대교를 건너 김해 부산 교도소에 갑니다.
철 계단을 올라가면 불교방, 기독교방, 천주교 방이 있습니다.
천주교 방에는 구수한 냉이 된장국 냄새가 가득합니다.
교도소 안에 형제들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묵묵히 식사를 합니다.
신앙 상담과 성서이야기, 내가 겪었던 신앙 체험, 노래방 기계를 설치해 생일잔치도 합니다.
지도 수녀님과 함께 세례성사 준비를 합니다.
대자가 두명, 세 명, 다섯 명이 되어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 줍니다. 대자가 출소하는 날 교도소로 갑니다. 김해평야의 중심 큰집에서 큼직한 가방을 든 사나이들이 뛰어나옵니다. 여기저기서 기쁨에 포옹을 나눕니다.
구포역 식당에서 이별 식사를 나눕니다.
새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일요일엔 꼭 성당에 가셔요”
잊지 말고 편지를 하셔요. 당부를 한다.
오랜 세월 봉사를 했다고 부산 교도소 소장님께서 감사패를 주셨다.
 
냉담자
 
쉰이 넘은 나이에 한국 방송통신 대학교를 졸업했다.
주민 센터 복지과에 근무 합니다.
복지과는 나이 많으신 어르신과 몸이 불편하신 장애인분들이 많이 오신다.
곁에 작은 의자를 준비했다.
서류 작성을 도와주다보면 이것저것 여쭤보신다.
묵주반지를 끼었네? 어느 성당에 다니셔요?
예! 온천성당에 다닙니다.
나도 성당에 다니다가 냉담중인데……. 말끝을 맺지 못하신다.
인생에 굴곡이 있듯 신앙에도 굴곡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온 탕자에게 살찐 송아지를 잡아주셨다는 성서 아시지요.
늦지 않으셨어요. 주님께서 당신에게 드릴 축복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요번주일에 온천성당에 꼭 오십시요.
성전에서 기도하시는 그 분이 보인다. 힐끗 쳐다보고 미소를 지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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