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원고

꽃 길

 - 그리스도께 가는 길 성모님께서 함께 하시네 -

                                                                         - 임수경 베로니카 -

걷고자 하지 못하고

손만 아른대니

닿으려 하나

가까워 질 수 조차 없고

 

보는 이 없이 감춰진

온전한 맨발은

바람 한 솔 맡지 못하는데

어찌 돛을 달까

 

펼쳐진 아득함에 눈에 붙잡힌 두려움

온전히 내 마음 비추니

어느새 힘 주어 발가락 끝 서네

 

첫 발에 감도는 부드러운 꽃잎은

흔들리는 두 발 잡아주는

어머니의 손길인 듯

 

믿음으로 피운 그 길 꽃잎으로 수놓으니

알알이 향기로 채워져 나 흘러가네

 

보이는 건 흙이라 눈엔 더러워져도

코 끝 풍기는 꽃 향기에

그 누가 흙길 걸었다 할까

다다르기전엔 아무도 모르는 것을

앞이 보인다고 다 아는 듯했지

앞이 보인다고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거늘

 

꽃길 따라 걸은 발은

이제 향기가 되니

그 향기 하늘까지 번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