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라면
곽현의 스테파노
그런 사람이 내 친구라면
아니,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우린 그런 사람이라면 참 좋겠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둘 다 상록수죠
소나무는 잎이 두 개 묶어서 나고 잣나무는 잎이 다섯 개 묶어서 나는데
그런데 그 열매를 보면 두 나무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답니다
송백과 비슷한 말이 ‘지란芝蘭’이라고
벗들의 맑고 높은 사귐을 ‘지란지교芝蘭之交’라고들 하지요
“친구가 잘되는 것은 나의 기쁨이다.”
그런 우정을 말해주는 ‘성어聖語’가 바로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
소나무가 무성해지자 잣나무가 기뻐한다니 그 우정 참 아름답지 않은가?
옛 중국 진晉나라 때 육기陸機가 쓴 탄서부歎逝賦에 나오는 시 중에서
“세월은 하염없이 치달리고/계절은 놀랍도록 빨리 돌아오네
오호라 인생의 짧음이여/누가 능히 오래 살 수 있나
시간은 홀연히 다시 오지 않고/노년은 점차 다가와 저물려 하네.”라고 했으니
우리 인생이 이렇듯
한 사람의 진실한 친구가
한 사람의 참 우정이
이는 바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해주는 모습으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지를 묻고 싶은 그가 바로 나였으면
아니,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면 하는
그래
사랑도 그리움도 희미해져 가는 어느 날, 그날이 내 앞에 다가올지라도
봄꽃 향기 가득한 어느 날 벗들과 웃음 나눠도 보고
갈바람에 떨어지는 노란 잎들 속에 꿈과 같은 사랑 얘기도
얽매인 지친 삶 잠시나마 풀어놓아 여유로움에서 기쁨도 누려보고 싶은
그런 나이 성별 상관없이 순수한 사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고 부담 없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내게 있다면 세상 살아가는 의미 있는 바로 지금이 아닐까요
“바로 그 사람이 당신이십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바로 그 사람이 나일 수만 있다면.”하는
자연을 벗 삼아 저 무성해가는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지란지교’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내게 있다면
그런 사람이 내가 될 수 있다면.
2024.2.6.08:5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