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1 09:23

해무(海霧)/ 김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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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추천시메일-4062 ( 김인태 作 / 해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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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7. 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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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霧)

김인태

밤새 품고 있다가

슬그머니 곁을 비워야 할 이른 아침

어둠을 지켜 선 전봇대에

걸터앉은 술기운

입안 가득 문 어질머리가

하늘을 다 모아 뒤집을 듯한 성깔로

등짐을 벗어 던지는 피죽바람

푹푹 빠진 발목으로

골목을 넉넉히 걸으며

허망한 날갯짓이 묻혀 버린 산등성으로

수묵화 걸어 놓고

무겁게 세상을 째려보지만

흩날리는 시선

동백섬 언저리를 맴돈 어제 하루가

주섬주섬 몸을 빼고 있네

2019년 『월간문학 』 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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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안개 

내가 경험한 바로는 어둠보다 안개가 더 무섭고 위험을 가지고 있다. 어둠이야 불빛으로 밝히면 어느 정도는 어둠을 해소하지만 안개는 불빛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막막함과 높은 담을 쌓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해무는 바다에 끼어 있는 안개를 말한다. 김인태 시인이 해무를 바라보는 마음은 마치 술주정뱅이처럼 오고 가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감을 잠지 못하고 언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도 망망한 바다에 해무가 끼어 나침판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막막함은 경험과 지혜로 풀어 살아야 한다. 해무가 '하늘을 뒤집을 듯한 성깔로 등짐을 벗어던지는 피죽바람'이라 한다. 얼마나 앞이 보이지 않고 그 갈 길이 막막하면 삐죽 바람까지 벗어던진다고 말하겠는가.  하지만 상(想)이 시의 후반부로 가면서 해무가 거치는 모습을 보며 세상과 무슨 결탁된 모습으로 바라본다. 그러하지 않고 어찌 수묵화를 그리고 주섬주섬 몸을 빼겠는가 싶다. 해무는 길을 막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시선을 다 빼앗는 벽이다. 해무는 숨 쉴 공간만 남겨놓고 사람이 살아가도록 만든다. 그래서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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