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김양희 레지나 / 수필가 supil99@hanmail.net
내 유년의 기억은 원조 물자와 함께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의 네댓 살 무렵 집에는 주로 옷가지며 생필품 등을 동네 반장을 통해 배급받곤 했다. 한 번은 내가 받은 겨울용 청색 점퍼 주머니 안에 10불짜리 달러 8장이 들어 있은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이었으니 제일 반가운 건 역시 과자였다. 바삭한 샌드와 달콤한 초콜릿은 형제들의 다툼 일 순위였고, 단물이 다 빠진 추잉 껌을 벽에 붙여놓았다가 이튿날 다시 씹곤 하던 기억들. 전쟁국가의 상흔이 남긴 아픈 추억들이다. 우리 이웃에는 가끔씩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추운 겨울 새벽산행의 약수터에는 따끈한 차를 준비해 와서 언 손을 녹여주는 이가 있다. 그의 구수한 우엉차나 보이차는 언제나 빈손으로 산을 오르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하루를 여는 시간, 만나는 사람마다 푸근한 덕담과 미소를 보내는 그는 타인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런 일을 함으로 해서 자신이 먼저 즐거워진다고 했다.
원조(援助)는 도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 해외 원조 주일을 맞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뜻에 담긴 고마움을 되새겨본다. 필요한 때에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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