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제3회 주님사랑 글찬지 입상작/시
오월이면
한미카엘
이맘때면
나는 아픕니다
동네방네 불 밝히는 색색의 꽃등,
가지마다 노오란 손수건 빼곡이 매단 개나리며
시린 기억은 모두 지우라는 듯 새하얀 눈꽃을 피운 벚나무며
고왔던 어머니의 분홍빛 치맛자락에 꽃물이 든 진달래며
그 봄꽃들 다 이울고
주렁주렁, 포도송이 같은 흰꽃들을 매달아
온 동네 온 마당을 흠뻑 적시던
고향 언덕배기 아카시아 나무, 그 흐드러진 꽃향기
저편 담장 너머 보드라운 바람결에 실려와
못난 가슴에 그렁그렁 눈물꽃을 피우고
오월이라고, 사무치는 오월이라고
슬프도록 아름다운향기는 나를 앓게 합니다
몇 잎 떼어 물면 입 안 가득 환하게 번지는
내 유년의 꽃빛 추억마저 이제는
주름진 당신의 손등처럼 나의 심장 늘 찌르는 듯
먹먹하게 아려옵니다 오래전 오월의 그날
고사리 손으로 피워낸 알록달록 색종이꽃
당신 가슴에 달아드리던 오롯한 그 마음은 지금도
영원히 시들지 않을 색종이처럼
제 안에 활짝 피어 있습니다
토닥이며 꼬옥 안아주시던 품속,
당신의 꽃그늘이 그립습니다
이맘때면 그리워서 그리워서
나는 또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