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역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영 훈 (알렉산델) 신부 / 부산본부 본부장

 

 

가끔 제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질문입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저이긴 하지만 쉬운 질문은 아닙니다. 신학적으로는 당연히 역사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구원역사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하느님의 협력자로서 이 땅 위에 그분의 나라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배신은 끊임이 없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금송아지’(탈출 32, 1-6)가 있었습니다. 바로 맘몬(mammon), 돈의 신, 자본이 있었습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mammon)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 24) 예수님 시대에도 이 문제는 이어집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의 야훼 하느님의 존재는 절대적이었지만, 자본은 하느님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던 우상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세력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경제발전 혹은 역사의 진보가 인간 이기심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경제학자 이전에 <도덕감정론>을 쓴 윤리철학자였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따뜻한 공감 능력, 이타심을 강조하였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국부론>의 인간, 이기적이고 욕망의 인간만을 기억하였고, 경제발전이윤추구 자체가 진리’, ‘문명의 진보’, ‘행복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수단화, 노동 착취, 그리고 계급화는 어쩔 수 없는 부수적 피해로 받아들였습니다.

최근 후퇴하는 노동 정책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파괴하신 금송아지가 다시 부활한 것 같습니다. 노동자를 인간이 아닌 부속품, 아니 그것을 넘어 노예화하려는 우상 숭배자의 준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는 인간이 아니라 자본이 써 내려가는 자본의 역사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역사의 주인은 하느님도 인간도 아닌 자본’, ‘맘몬인 것 같습니다.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아브라함은 믿었습니다.”(로마 4.18 )

 

그럼에도 인간이 역사의 주체이며 그 뒤에는 하느님의 섭리가 자리하고 있음을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이 소명이 노동사목에게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올 한 해보다 좀 더 나은 내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자 합니다. 노동사목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 한 해 동안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 노동사목 이야기 ]

 

< 기억과 위로 >

 

김 도 아 (프란체스카) / 부산본부 사무국장

 

얼마 전, 부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기억하시나요? 어스름한 새벽녘에 소복히 쌓인 첫눈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납니다. 평생을 전라북도에서 살아온 저는 겨울이면 함박눈이 자주 내려서 온몸을 중무장하고 등하교와 출퇴근을 했던 기억이 많은데, 부산에 와서는 거의 눈을 볼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합니다. 쌓인 눈은 저를 부산에 오기 전의 기억들을 더듬게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어느 순간 어떠한 것을 보면서 문득, 생각나는 것들이 있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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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 죽은 이를 그리며 생각함>

 

지난 1031정순규(미카엘)4주기 및 부산지역 산재사망 노동자 · 사회적 참사 희생자 추모미사가 가톨릭센터 경당에서 봉헌되었습니다. 이날의 미사에는 산재사망사고와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분들과, 가족의 죽음이라도 확인하고 싶은 스텔라데이지호 미수습자 가족을 비롯해서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추모의 마음을 가진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부산지역에서는 올해도 3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인해 사망하셨고 올해 역시 가장 많은 원인은, 정순규님과 같이 추락이었습니다. 지난 8월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출근 첫날 사망한 청년 노동자의 사망 원인 역시 추락이었습니다. 고층 작업이었음에도 안전대는 물론 추락 방호망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나서야, 부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첫 번째 공판이 진행 중인데, 회사 측 변호사는 공사기간이 짧고 주요 공정이 아니라서 모든 법률을 다 지킬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생명보다 생명을 위한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왜 자꾸 사람의 생명 앞에 이윤을 편리를 다른 이유를 대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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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1118일 서면에서는 평등한 세상을 위한 애도와 행동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산재사망사고로, 사회적 참사로, 차별적 시선으로, 불평등한 현실 등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이를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동으로 승화시키고자 만든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사회적 참사와 차별 금지법 사회적 참사에 대한 우리의 행동 차별로 인한 죽음을 애도하며 차별과 혐오, 죽음의 일터를 바꾸기 위한 우리의 행동 미얀마 민중항쟁과 민중의 행동 평등한 세상을 위한 애도와 행동을 주제로 한 발언들이 이어졌으며 발언들 사이에 노래와 춤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 문화제의 의도 중 하나는 마음껏 슬퍼하자.”였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슬퍼함마저도 차별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죽음을 확인하고 정식 장례라도 치르고 싶다던 스텔라데이지호 미수습자 가족의 눈물과 겹쳐지며 마음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화제 내내 마음껏 슬퍼한 참가자들은 애도를 행동으로 바꾸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앞으로 평등 세상을 위해 함께 행동할 것을 유쾌하게 결의하며 문화제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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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 :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함>

매년 11월에는 J.O.C 선배님들을 모시고 위령미사를 봉헌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신부님들과 선배님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미사입니다. 올해는 특히, 사목 실습을 나오신 두 분의 부제님들이 함께 해 주셔서 더욱 의미 있는 위령미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부산교구 J.O.C60주년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60년의 시간 동안 단단하고 든든하게 지켜주시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천주교에서 11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위령 성월입니다. 위의 시간들은 떠나간 영혼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함과 동시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하고자 함에서 이뤄졌습니다.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제 마음 깊숙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웃의 아픔에 관심을 갖고, 이웃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의로운 일이며, 가장 커다란 위로일 것입니다.

[ 이주사목 이야기 ]

 

< 노동자는 기계가 아닌 귀중한 인간 >

 

김 서 율 (사도요한) / 부산본부 노무실장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사목에 찾아오는 노동자들의 노동관련 상담과 사건의 지원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한 해에도 많은 국내, 이주 노동자분들과 함께 했는데, 지원했던 사건들 중 안타까운 감정이 많이 들었던 두 개의 사건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사례 1]

 

본국에 아내와 자녀를 둔 베트남 이주노동자 ‘A’씨는 선천적인 호흡기 질환과 함께 위장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E-9 근로자로 한국 ‘B’회사에 입사하여 일을 하였으나, 업무 특성상 자욱한 먼지 냄새를 맡아야 했습니다. 이후, ‘A’씨는 호흡기 질환과 함께 위장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사업주 분에게 사업장을 변경해달라고 하였으나, 사업주는 이에 허락을 해주지 않음은 물론 ‘A’씨에게 상습적으로 욕설을 하고, 안전에 대해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이유로 일을 시켜주지 않았습니다. 사업장을 이탈하면 곧바로 미등록외국인노동자가 되기에 임금이 두 달 동안 줄어들고 있음에도 참았지만. 심지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밀치고 넘어뜨리기 까지 했습니다. 그 현장에 있는 모든 외국인노동자가 목격을 했고,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베트남 외국인 노동자는 단지 사업장을 바꾸고 싶은 자유를 외쳤는데 말입니다. 이후로 노동자는 기숙사에 박혀 얼마 남지 않은 재산으로 끼니만 채우고 있었습니다.

 

=> 가톨릭노동상담소와 함께 목격자 증언과 동영상을 입수하고 형사소송을 진행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형법에 따른 일반 폭행보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폭행한 것을 더 엄하게 처벌합니다. 3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것보다 근로자의 생계가 달려있는 직장에서 폭행을 당하는 것이 더 악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노동청에서 진술조사를 끝내고 사업주의 폭행이 입증이 되어 손해배상금 지급과 함께 자유롭게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례 2]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E-7 비자를 얻어내어 ‘B’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베트남 여성외국인 노동자 ‘A’씨는 남편과 혼인성사를 하고 가정을 꾸리며 회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E-7 비자는 회사가 근로자와 계약을 계속 체결해야만 비자연장이 가능합니다. ‘A’씨는 결혼 생활 도중 임신을 하여 만삭인 몸이 되었고, 회사는 이 근로자가 더 이상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근로계약 연장을 시켜주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비자는 2310월에 만기가 되지만 근로계약은 12월 말일에 종료하는 시점에 회사는 베트남 여성이 비자가 만료가 되었다는 이유로 출산전후휴가를 받아주지 않았고, 왜 아직 여기에 있냐며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억울한 경력 단절과 함께 출산 전후 휴가의 권리를 받지도 못한 ‘A’ 씨는 가톨릭노동상담소에 찾아와 도움을 청했습니다.

 

=> 근로기준법에서는 임산부 보호조문을 두어 임산부를 보호합니다. 출산 예정 여성 근로자에 대해 단태아의 경우 출산전후로 90일의 출산휴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근로자가 청구하면 사업주는 반드시 주어야 하는 휴가입니다. 하지만, 비자 만료가 얽혀있는 이 사례에서는 다소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가톨릭노동상담소와 함께 근로계약일까지 출입국 심사를 통해 비자 연장을 얻어내고 출산휴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해 근로계약의 종료일까지의 출산휴가와 급여를 받았습니다.

 

제가 두 사건의 사례를 이야기해 드린 이유는, 과거부터 현시대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아직도 노동자가 인간이 아닌 노동력을 제공하는 회사의 부품으로서만 취급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례 1]에서는 사업주의 폭행영상과 녹음파일을 보고 들을 수 있었고, [사례 2]에서는 면담을 진행한 회사 인사책임자의 모습은 노동자에게 위로를 해주기보다 더 이상 쓸모없어진 노동자를 외면하는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닌 인간입니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귀중한 가치인 그 존엄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행위들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합니다. 가톨릭노동상담소는 앞으로도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노동을 향한 눈빛 ]

 

<부산 베트남 가톨릭 공동체>

 

Phan Thi Thu Hang (데 레 사) / 부산본부 베트남공동체 담당

부산 베트남 가톨릭 공동체는 2006년에 설립되어 17년이 지난 지금 약 300~400명 신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들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설립되었던 공동체는, 지금은 베트남의 출신구역이나 교구를 기준으로 7개의 지역그룹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활동이 점점 더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산 베트남가톨릭 공동체가 한국에서 가장 큰 이주 가톨릭 공동체 중 하나가 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이민자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부산 베트남 공동체는 노동자들과 유학생들이 매주 일요일에 모여 미사에 참석하고, 서로 만나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는 곳입니다. 20155월에 노동사목 센터 요청에 따라 저는 부산에 와서 베트남 공동체 담당 수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동체를 도우러 왔을 때 가장 감동받은 것은 신자들의 일치와 연대였습니다. 오랜 동안 베트남 담당 사제의 지도 없이 신자들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비록 고향에서 멀리 떠나와 살지만 서로 기쁨과 격려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족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대표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마음과 힘을 합쳤습니다. 추석, 소풍, 성탄 또는 설날 등 미사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전통 활동을 조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에게 감동을 주는 또 다른 점은 미사에 참석하려는 많은 형제자매들의 열망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사를 중단해야 하거나 미사 참석 인원을 제한해야 하는 시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만 미사가 가능해서 소규모의 인원만 참석할 수 있도록 각 그룹 인원을 나누어 미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저희는 자주 미사 참석을 허락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물론 공동체 안에 냉담자들도 많이 있지만, 합당하지만 충족될 수 없는 미사 참석에 대한 소원을 보면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매주 일요일에 미사참석하고 싶다는 신자들의 소원 덕분인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사가 완전히 재개되었을 때 공동체 활동은 물론 미사 참석자 수도 빠르게 예전처럼 돌아왔습니다.

 

노동사목센터의 관심과 도움 덕분에 한국 사제들께서 집전하는 베트남어 미사를 매 주 봉헌할 수 있게 되었고, 의료, 노동법 관련 문제, 기타 일상생활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사제의 부재로 인해 더욱 생생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하느님의 말씀과 교리를 더 많이 배우고 싶은 갈망을 채울 수 없었습니다. 이 갈망들에 공감하면서 우리는 교리사업과 복음나누기 그룹을 시작하고 점점 늘어나는 유학생들을 돕기 위해 유학생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그룹부터 신자들은 공동체의 기도에 관련한 활동들을 지원하고, 도로시의 집에서 통역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 공동체 내에 어린이 수가 증가함에 따라 어린이들을 위한 신앙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혼인교리와 예비신자교리 수업이 있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계를 꾸리고, 공부하고, 일하느라 바쁜 젊은 유학생들은 주일교리 수업을 도와달라는 부르심에 응답했습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는 예수님 말씀에 따라 아마도 그들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싶은 것 같습니다.

 

작년 말, 드디어 베트남 사제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부산교구 내에 있는 베트남 신자들의 오랜 소망에 부응하여 부산 주교님께서 허락해주시고, 베트남 신자들을 돕기 위해 타이빈 주교님께서 베트남 사제를 보내주셨습니다.

 

베트남 사제의 파견은 공동체의 수적인 측면뿐 아니라 신앙생활을 더욱 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부산교구에는 부산 베트남 공동체 외에 양산 베트남 공동체와 울산 베트남 공동체가 더 생겼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그의 사랑은 영원하십니다”. 이 외침은 바로 부산교구 베트남 공동체 신자들의 마음입니다.

 

저 자신도 교리 교육과 사목 활동으로 바쁘지만, 매 주일마다 신자들의 희생과 노력을 볼 때면 피곤함도 사라지고 오히려 힘이 더해집니다. 앞으로도 신자들과 함께 신앙이 더욱 굳건한 공동체를 건설해 나가고 싶습니다.

 

[ 노동현장이야기 ]  

< 기업은 개인의 소유물일까요? >

 

김 도 아 (프란체스카) / 부산본부 사무국장

 

부산 사상구, 그곳에는 1973년 설립되어 50년 넘게 바늘, 메스, 봉합사 등 의료수술용 기기를 생산하는 ()아이리(이하 아이리)라는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이지만, 2022년 기준 매출액이 180억 원이 넘고, 3년 전까지는 부채가 전혀 없었던 운영상에 문제가 없는 기업입니다.

최저임금의 기본급과 쥐꼬리만큼의 상여금을 받는 그곳의 현장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13년입니다. 급여가 적은 것도 문제였지만, 연월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점심 식사때에 잔반이 한 톨이라도 남아 있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잔업과 특근도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으며 점심식사 준비나 화장실 청소에 현장직원을 마음대로 동원하는 등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 많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노조 설립 전에는 화장실에 휴지 대신 신문지가 놓여있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하는데 노조가 만들어지고 노동환경이 점차 개선되어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회사와 지회가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상생의 관계로 지내던 중, 노동자들에게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말, 최대주주가 바뀌고 난 다음부터입니다. 100퍼센트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아이리의 회장은, 노골적으로 노동자들을 갈라놓고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시작합니다. 연차수당을 미지급하고, 단체협약 내용을 무시하고 상여금을 제멋대로 지급하고, 통근버스를 폐지하는 등 노사간의 합의사항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골적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을 문제 삼기 시작합니다. 2021년 파업투쟁과 직장폐쇄에 맞선 16일의 투쟁으로 노사간 합의에 이른 것도 잠시, 올해 들어서 그 합의 내용을 회사가 모두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임금은 동결해야한다고 말하고, 노동자가 요구한 상여금 인상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된 갈등은 노조활동을 규정된 활동이 아니라서 무급처리 하겠다는 통보로 심화 되었습니다. 아이리 노동자들이 단체협약 이행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1시간에서 3시간정도의 부분파업에 나서자 지난 1024일 회사는 직장폐쇄를 강행했습니다.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손해배상소송, 재산 가압류를 검토하고 있다는 협박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대응했습니다. 정당한 쟁의행위를 무단침입이라고 말하며 노조 간부를 고소하고, 투쟁포기확약서를 쓰지 않으면 1229일자로 공장을 폐업하겠다는 겁박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기업을 자기의 소유물로만 여기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일입니다.

올해 노조에서 회사에 요구한 상여금 인상은 근속수당 1만원, 가족수당 5천원 인상입니다. 150여명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난 임금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최저임금 인상인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상여금 인상 요구분이 과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가정을 책임지는 생계형 노동자들이 많은 아이리 노동자들은 정말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직장폐쇄에 맞서서 공장 마당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인지도 1130일이면 38일이 됩니다. 찬바람이 거세지는 날씨 속에서 이들의 싸움이 언제쯤 끝이 날지 참 많이 걱정됩니다. 노동자들은 임금만 주면 무엇이든 하는 노예가 아닙니다. 기업은 단순히 회장 개인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부채가 전혀 없던 회사를 담보로 수십억의 대출을 받아 땅을 사고 공장을 사들이고 노동자들에게 폐업을 들먹이며 협박하는 일이 기업의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현장 노동자들의 축적된 기술력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꾸준히 잘 운영되고 있던 건실한 기업이, 회장의 부동산 투기놀음에 이용돼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합니다.

이에 맞서 힘들지만 유쾌하게 싸우는 아이리의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고 응원의 마음을 담아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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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시선 ]

 

< 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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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지난달 한 일 ]

 

부산 양산 울산 베트남 공동체 성지순례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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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일 부산 양산 울산 베트남공동체 약 270명이 노동사목 베트남 신부님, 수녀님과 함께 밀양 명례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다 같이 신석복 마르코 기념성당에서 순교하신 성인의 영성과 생애를 기리는 미사를 드린 후 성모동산에서 사진도 찍고, 빛과 소금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는 광장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모든 공동체가 모여 일상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나누고, 영적 신앙심도 채워갈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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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 토론회 (11/14)

1114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노동과 언론을 키워드로 토론회를 열고,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김선태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전주교구장)는 인사말에서 정부, 일부정치권과 기업 그리고 언론이 노동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진 발표에서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전국건설노동조합)은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건폭몰이 압력에 언론이 어떻게 가세하고 있는지, 탁종렬 소장(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은 노동 혐오 보도 사례를 들며, 어떻게 언론이 노동을 지우고 있는지, 정현진 기자(<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회 언론의 노동 보도와 한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이 외 활동

11/1() 스텔라데이지호 공개재판 / 부산지방법원

11/2() 노동사건 지원 / 부산고용노동청

노동사건 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11/6()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노동사건 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11/7()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의료지원 / 부산대학병원

차별철폐금지법제정 부산연대 특강 /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11/9() 노동사건 지원 / 부산 지방법원

의료지원 / 부산대학병원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회의 /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

11/13()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 / 가톨릭센터

노동사건 지원 / 노동사목센터

의료지원 / 길맥외과의원

11/14() 의료지원 / 부산대학병원

노동사건 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분쇄 서명운동 / 중앙역

노동사목소위원회 토론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

11/15() 노동사건지원 / 노동사목센터

노동사건 지원 / 국민연금공단 북부산지사

노동사건 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수요집회 / 서면시장

11/16() 노동사건 지원 / 고용노동부 부산북부지청

중대재해처벌법 1호 공개재판 / 부산지방법원

노동사건 지원 / 창원지방법원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 20주년 행사 / 한국노동보건안전연구소

11/17() 정의평화위원회 회의 / 가톨릭센터

11/18() 평등한 세상을 위한 애도행동문화제 / 서면하트조형물

11/19() 양산가톨릭영어공동체 4분기 노동법교육 / 양산성당

11/20() ()아이리농성장 현장방문 / ()아이리

11/21()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11/22() 참여연대 후원주점 / 화목그레이스웨딩홀뷔페

질환의 이해와 산재신청실무 교육 / 부산노동권익센터

11/23() 사회교리학교 수료미사 / 해운대성당

11/24-26(-) 성소국 부제 사목실습 / 노동사목센터

11/25() J.O.C. 위령미사 / 노동사목센터

11/28()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부산운동본부 집행위원회 / 민주노총부산본부

중대재해 대응방안 마련과 역량강화를 위한 강좌 / 민주노총부산본부

노동사건 지원 / 대한법률구조공단 부산서부출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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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바자울 소식지 2024 바자울 소식지 3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4.03.10 9
27 바자울 소식지 2024 바자울 소식지 2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4.03.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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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바자울 소식지 2023 바자울 소식지 11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11.16 12
23 바자울 소식지 2023 바자울 소식지 10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10.08 16
22 바자울 소식지 2023 바자울 소식지 9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09.17 7
21 바자울 소식지 2023 바자울 소식지 8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08.31 12
20 바자울 소식지 2023 바자울 소식지 7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07.12 12
19 바자울 소식지 2023 바자울 소식지 6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06.14 12
18 바자울 소식지 2023년 바자울 소식지 5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05.21 16
17 바자울 소식지 2023년 바자울 소식지 4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04.16 29
16 바자울 소식지 2023년 바자울 소식지 3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03.14 27
15 바자울 소식지 2023년 바자울 소식지 1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3.01.16 36
14 바자울 소식지 2022년 바자울 소식지 12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2.12.10 15
13 바자울 소식지 2022년 바자울 소식지 11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2.12.10 12
12 바자울 소식지 2022년 바자울 소식지 10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2.10.20 14
11 바자울 소식지 2022 바자울 소식지 9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2.09.18 14
10 바자울 소식지 2022년 바자울 소식지 8월호 file 노동안전팀장율리안나 2022.08.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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