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1코린 12,13)

조 광 우 (엘리야) 신부 / 부산본부 부본부장

지난 57,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노동절을 맞이하여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체육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지 몇 년이 되어, 정말 오랜만에 다시 개최한 행사였지요. 이 행사에는 부산 영어 공동체와 양산 영어 공동체, 부산 동티모르 공동체가 참여하였고, 외부에서 찾아와 봉사를 해주신 봉사자분들도 함께 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연령대도 제각각이었고 문화적, 언어적으로도 차이가 컸지만, 이 체육 대회는 그런 차이점으로 인한 어려움을 넘어서 더 큰 친교를 이루는 화합의 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부족함이 많았지만, 그 이상의 값진 복을 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직원분들과 함께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걱정이 컸던 부분은 봉사자분들의 소통 문제였습니다. 그분들이 참가자 분들과 소통이 잘 될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는 우리의 걱정이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서로가 느끼는 언어적 부족함은 분명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적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봉사자분들의 도움 덕분에 이 행사가 무사히 잘 치러질 수 있었고, 참가한 이주노동자분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이 행사를 진행하며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통과 대화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 시대는 소통과 대화의 불능에 이른 시대입니다. ,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문맹률이 역사상 최소에 이른 이 시대에 소통과 대화가 안 된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소통과 대화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입니다. 소통과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파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파업을 다시 불법 폭력이라 매도하는 그 잘못된 의지가 또 다시 소통과 대화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편 가르기에 매몰되고, 진영 논리에 갇혀 있으며, 그저 상대를 비방하고 깎아내리는 것으로 제 이득을 얻으려는 천박한 자본정치가 사회의 소통과 대화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소통과 대화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감내하고서라도 소통과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세대 간, 진영 간, 성별 간, 빈부 간, 노사 간 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더 이상의 대화 불능은 사회 몰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문화적, 언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회의 한 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분들을 보며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소통과 대화는 능력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며,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영역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 노동사목 이야기 ]

시리도록 슬픈 노동절

김도아 사무국장

지난 51일은 133주년을 맞은 세계노동절이었습니다.

그날 오전 저는 솥발산에서 HJ중공업 박창수 열사 32주기 추모행사를 하던 중에 한 건설 노동자가 분신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노동자는 다음 날인 52, 결국 숨져서 열사가 되셨습니다. 수많은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그곳에서 들은 노동자의 분신소식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참 많이도 슬픈 소식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노동절이었으니까요.

저는 대학에서 민중가요 동아리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주변의 사회적 문제나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태일에 대해 배우고,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하고, 5.18을 추모하는 공연을 하면서 수많은 불합리함과 그로 인해 스스로 또는 사회적 타살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희망버스를 타면서 부산의 한진중공업을 알게 되었고, 한 회사 안에서 민주노조를 설립하고 대량 해고에 맞서 조합원을 지켜나가면서 죽어간 열사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열사는, 그리고 죽음은 저에게는 다소 먼 일이었습니다. 함께했던 박창수를 김주익을 곽재규를 그리워하는 젖은 목소리는 제가 이해하기에는 조금은 먼 과거의 일이었고 열사는 제가 한 번도 뵙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121221일 잊을 수 없는 그날, 한 조합원이 158억 손해배상 소송과 박근혜의 당선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름 뒤에 열사라는 호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아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말이지요. 그립고 원망스럽고 슬프고 아쉽고 미안하고 화가 나는 그 마음들을 말입니다. 제게는 늘 강서햄이었던 최강서를 열사로 떠나보내고 1년여 뒤, 김주익열사의 밥 당번이었다던, 긴긴세월동안 스스로를 원망하며 아파했던 나이든 조합원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공에 올라 싸우는 동생에게 밥을 해 올리고, 목을 매단 시신을 보게 되고, 좋아하던 육개장 한그릇을 못 올려준게 한이 되어서 찬바닥에 웅크려있다가도 육개장을 끓여대던 외로운 한 사람은 지금은 좀 덜 외롭게 지내고 있을까요? 매년 기억하는 얼굴들은 늘 그 모습 그대로 그저 웃고 있고 전 강서햄의 나이를 훌쩍 넘어 이제 금식이햄처럼 나이들어가고 있습니다.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조합원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으로 힘든 것은 참아도 자신의 죄목 앞에 붙은 공갈협박 혐의는 억울해 참을 수 없었던 양회동(미카엘) 열사는 분신하기 전날 아내와 두명의 자녀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날 밤, 수많은 유서를 쓰면서 그분은 대체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그 마음을 놓고 유서대필, 조작, 조합원의 방관을 기사로 쓰는 사람들은 대체 또 어떠한 마음일지요. 가까이에서 서로 의지하고 함께 싸워나가던 동지를 잃어버린 슬픔은 그리고 허무함은 상상 이상의 어둠입니다. 깊고 깊은 어두운 동굴을 앞으로 사는 내내 걸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깊고 깊은 슬픔을 몇 줄의 글로 내팽개치는 이 사회가 저는 너무나 무섭고 시리도록 슬픕니다.

열사라는 이름으로 죽어가고, 산업재해로 인해 허무하게 죽어간 이들을 기억합니다. <기억하는 것도 연대입니다>라는 유가족의 한마디가 제 마음속 깊숙하게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양회동 열사를 기억하는 분향소는 부산시청 정문 앞에 차려져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 분향소 앞에서 추모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기도로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바자울미사 중 양회동 미카엘 열사를 추모하며 이영훈 신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미사중에 노동과 노동자를 위한 혐오와 악의를 가진 이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합시다. 또한 이들의 회개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지혜와 용기를 청하도록 합시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악의를 가진 이들의 회개를 빌며 주님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청합니다. 아멘.

 
 

[ 이주사목 이야기 ]

2023년 노동사목과 함께하는 이주노동자 공동체 체육대회

편집부

찬미 예수님!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이주노동자 체육대회를 2023년 봄에 오랜만에 개최했습니다. 주일에 간단한 안부 정도 밖에 물을 수 없었던 공동체 친구들과 함께 손잡고, 땀 흘리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체육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답니다. 먼저 베트남 공동체 체육대회가 416일 신라대학교 운동장에서 개최되었고, 영어, 동티모르 공동체 첫 합동 체육대회가 57일 부산 가톨릭대학교 대강당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베트남공동체의 체육대회는 요셉 신부님의 개회식 선언과 함께 힘차게 시작되었습니다. 300명의 인원을 일곱 팀으로 나누어 남자축구, 여자축구,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등의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경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친 기색 없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경기 도중 찍힌 사진들을 한장 한장 보면 경기에 흠뻑 빠져 있는 친구들의 표정으로 그 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에너지가 넘치죠? 사진을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 날 체육대회에 참여한 베트남 공동체 친구들 모두 힘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하느님과 함께 기쁨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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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 재미있지만 먹는 즐거움도 빠질 수 없습니다. 각 팀에서 가지고 온 음식을 신부님, 수녀님과 함께 모여 앉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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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친구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지 않나요? 오늘 하루를 선물해주신 하느님께 감사 미사를 드린 후 즐거웠던 축제를 마무리 했습니다.

영어, 동티모르공동체의 체육대회는 부본부장 엘리야 신부님이 체육대회의 전체 진행과 사회를 훌륭하게 진행 해 주셨습니다. 90명의 공동체 친구들을 A~F팀으로 나누어 색깔별로 맞춤 조끼를 장만하여 나눠 입었습니다. 각각의 색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 보기 좋았답니다. 이 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여 도로시의집 의료봉사자 선생님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또한 작은 자매회 수녀님, 휴일에도 도움 요청에 기꺼이 응해주신 봉사자 분들이 각 팀을 담당하여 게임 설명과 행사 지원을 아낌없이 도와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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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피구를 시작으로 카드 뒤집기, 버블슈트 서바이벌, 줄다리기, 미션 릴레이가 진행되었습니다. 지치더라도 게임에 진지하게 임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합니다. 중간 중간 게임 룰을 엉뚱하게 해석하여 뛰는 친구들을 보면서 승패에 관계없이 모두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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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가 끝난 뒤 미사를 드리고 행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친구들의 고단한 영혼이 하느님 품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었답니다. 쉽게 모일 수 없는 각 공동체가 모여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함께 손을 잡으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축복이 체육대회를 함께한 모든 분들과 함께하길 바라며 2023년 이주노동자 체육대회 이야기를 마칩니다.
 

[노동과 신앙]


 

회칙 <찬미받으소서> 그리고 노동


 

이 영 훈 (알렉산델) 신부 / 부산본부 본부장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된 이후 한국가톨릭교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다양하고 광범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환경 관련 실천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향과 실천에 동의함과 동시에, 부족하지만 회칙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좀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회칙을 통해 많은 것을 말씀하시지만 특별히 저에게는 다음의 두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른바 통합 생태론의 주요 문장입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에 속하므로 자연과 끊임없는 상호 작용을 합니다. 반드시 자연계 자체의 상호 작용과 더불어 자연계와 사회 체계의 상호 작용을 고려하며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환경 위기와 사회 위기라는 별도의 두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하나의 복합적인 위기에 당면한 것입니다. 그 해결책을 위한 전략에는 빈곤 퇴치와 소외된 이들의 존엄 회복과 동시에 자연 보호를 위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됩니다.”(139)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현실에서 독립된 존재임을 선언하고 절대적 지배자를 자처하면, 인간 삶의 기초 자체가 붕괴됩니다.”(117)

계몽주의 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인간에게 자연은 정복과 소유의 대상이 되었고 그 주체인 인간은 스스로를 합리적이며 절대적 존재로 인식하였습니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결합으로 자연은 경제적 이윤 창출을 위한 물질적 자원으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을 통한 경제 발전과 부의 창출 그리고 소비는 진리이자 선이었습니다. 자연(생태계) 파괴마저도 잘 살기 위한당연한 경제활동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부의 편중과 불평등은 더욱더 심화되었습니다. 인간 생존 앞에 자연은 그저 끝없이 희생되어야 할 대상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연의 끝없는 희생 속에 생산된 재화는 가난한 이들이 아니라 가진 자에게 대부분 되돌아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창조 때 이미 인간을 자연과의 관계 맺음의 존재로 창조하셨고 돌봄의 의무를 인간에게 부여하셨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51항 참조). 당신 피조물 중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게 특별한 직무를 주신 것입니다. 인간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노래처럼 형제이자 자매인 모든 피조물을 돌볼 의무를 하느님에게서 받았습니다. 자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간만이 자연을 돌볼 수 있습니다.

 

한편 돌봄은 구체적으로 인간 노동을 통해 표현됩니다. 인간 노동은 자연을 향한 돌봄 행위와 같습니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노동을 통해 형제자매인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돌봄은 그 누구도 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 없이는 노동할 수도, 생존할 수도 없습니다. 자연이 서서히 파괴되는 순간, 다르게 표현하자면 자연과 인간의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그리고 인간이 자연을 단순히 수단으로 사용하는 순간 인간 또한 생존할 수 없습니다. 노동의 바탕은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들의 발표대로라면 30년간 매일 130톤이 바다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입니다. 핵발전소 원자로의 노심(爐心)을 식히는 작업은 인류 역사와 맞먹는 시간 동안 멈출 수 없습니다. 30년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사실입니다. 핵폐기물이나 다름없는 오염수는 일본뿐 아니라 전 지구의 바다로 흘러갈 것이고, 우리 세대뿐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그뿐일까요? 바다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해조류, 어류, 미생물 그리고 소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를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인간의 원죄(오염수)가 지금과 미래 세대에게 전달됩니다. 즉 후쿠시마 오염수는 결과적으로 전 생태계와 전 인류 생존 문제에 크고 악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한 이 문제는 인간 노동과도 연결됩니다. 회칙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온갖 형태의 노동은 우리가 다른 존재와 맺을 수 있고 또 맺어야 하는 관계의 개념을 전제로 합니다.”(125)

 

바다 생태계와 연결된 인간의 모든 노동 형태들, 즉 어업, 양식업, 자영업, 가공업, 레포츠 등의 업종과 이와 관련된 모든 노동자,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이들의 삶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인간 의한 자연(생태) 훼손은 결국 인간 노동과 그 결과인 생존과 연결되며,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는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들은 생태계 변화에 따라 더 위험한 노동 환경에 빠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일자리도 잃을 수 있습니다. 환경 위기와 노동(사회) 위기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그 가운데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최우선으로 돌봐야 한다는 교황님의 말씀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무한한 경제 성장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연을 도구화한 경제 성장은 결국 고갈과 오염 그리고 파괴로 그 한계가 필연적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인간 착취와 불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성장은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인간과 미래 세대의 소멸로 스스로 무너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단순한 환경에 관한 회칙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자연이 단절된 세계가 아니라 하느님 은총 안에 상호 영향을 주는 세상이며, 이를 기반으로 인간이 이웃인 인간과 그리고 형제자매인 자연을 위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통해 함께 공존해야 하는 사회임을 알려주는 예언자적(신학적)-사회과학적 회칙입니다.

우리는 지금 기후-생태 위기라는 새로운 위기 안에 살고 있습니다. 노동 문제 또한 이러한 새로운 위기 속에 놓여있습니다. 저는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노동 문제를 포함한 지금의 모든 사회적 문제에 관한 더 새롭고 근본적인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이 회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노동현장이야기]

노동자·활동가 심리치유모임

이 정 민 소장/ 마음봄 심리상담센터

우리는 나의 자원보다 환경의 자원을 활용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태어남이 그렇습니다. 내가 가진 자원을 사용하는 것의 한계로 인해 환경이 제공하는 자원에 의존하면서 삶은 시작됩니다. 나라는 존재는 태어나서 지금의 순간까지, 주 양육자가 제공하는 환경을 거쳐 교육 환경, 또래 및 사회적 환경 등의 다양한 환경을 거치며, 환경과 상호작용을 합니다. 이 상호작용에서 나는 나의 자원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내 자원으로 활용하여 살아가고자 하는 소망이 있지만, 환경이 요구하는 금기로 인하여 늘 제한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걸음마를 처음 배운 아이가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떼는 도전과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바로 넘어지게 되어 양육자의 도움을 받게 되는 좌절과도 같습니다.

 

나의 자원을 사용하려는 도전과 나의 자원을 사용하는 한계에 부딪히는 좌절의 반복은 우리가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적응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사회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사회화 과정에서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결핍과 좌절 등의 상처들이 많이 생깁니다. 그 상처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마음 안에 계속 쌓이게 됩니다.

 

살아온 삶에서 경험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과 현재 삶에서 세상이라는 환경과 내가 어떻게 상호작용해 가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늘 안고 살아가기에 삶을 살아내는 것은 힘듦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힘든 삶을 혼자 견디는 시간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그렇기에 나의 고통에 함께 머물러주는 누군가와 함께 하면 지금의 삶을 살아내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나의 삶 또한 그러했습니다. 나의 고통에 함께해주는 이가 없어서 늘 공허함을 경험했었습니다. 이것이 지속되면서 존재에 대한 감각조차 희미해져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면서 살아냈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를 통해 나에 대한 이해가 많아지면서 내 삶의 상처들을 확인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내 삶에서 부재했던 감각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 감각들이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상처받은 아픔을 견디는데 머물지 않고 현재 삶을 견디는데 필요한 것을 찾는 데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는 늘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2017년 노동자, 사회활동가의 심리적 지원을 위해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4월쯤에 노동자, 사회 활동가 심리치유 모임의 첫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노동자, 사회 활동가와 함께 하는 자리에 무엇을 나누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첫 만남에서 나는 타인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태도보다 고통에 머물러 주는 태도의 중요함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각자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기에 모임의 과정이 집단상담의 형태로 흘러갈 것임을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씩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로의 눈을 마주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시간들은 매월 반복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자신을 만나기도 하고, 마주하지 못했던 정서들도 만나면서 참여자들과 울고, 웃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시간들이 쌓이면서 심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을 함께 만들었고 심리적 지지를 위한 공동체로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는 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을 제공받긴 하지만 이것이 모두의 안전을 책임져 주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런 긴장감이 높아질수록 우리의 취약성은 더 잘 드러나고, 드러난 취약성은 다시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에겐 우리의 취약성이 안전하게 보살펴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우리의 긴장이 이완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찾아야 하고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것이 연대이고 공동체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안전한 관계에서 자신의 취약성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 경험은 자신의 초라함과 부족함을 수용할 수 있게 합니다. 자신과 진솔하게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온전한 나를 경험하게 되고, 온전한 나를 경험할 때 세상과 마주할 힘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안전한 관계, 안전한 공간은 아주 중요합니다.

 

노동자, 사회 활동가 심리치유 모임이 지향하는 것은 안전함의 제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삶을 살아가는 데 자신의 안전을 최소한 확보할 수 있는 공간,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스스로 돌보는 것에 소홀하게 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공간으로.

 

몇 년의 시간을 함께 하면서 개인의 삶을 통해 서로의 삶이 살펴지고 이런 과정의 경험으로 개개인의 삶이 확장되고 깊어지는 경험들로 연결되는 감동적인 순간들이 참 많았었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에 가만히 있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현실과 무관하게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에 마음의 문제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문제는 보이지 않기에 마음의 문제가 심각해지면 신체화라는 것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심리적 소진에 대한 예방이 필요합니다. 내가 마주하는 현실에서 내 마음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지, 마음 에너지 수준이 적당한지 등을 챙겨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에서의 마음건강을 돌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 노동자, 사회 활동가 심리치유 모임에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떤가요?

 

[ 일과 시선 ]

< 평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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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지난달 한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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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건설 정순규님 사망사고 사문서 위조 등 고소 기자회견 (5/15)

515일 고 정순규 씨의 유가족,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은 부산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동건설과 JM건설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이 날 이영훈 신부님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노동자는 인간이지 기계부품이 아니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야말로 돌아가신 분과 가족들에게 진정한 애도와 예우를 보이는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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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시장번영회지회 후원주점 (5/26)

부산일반노조 소속의 서면시장번영회지회는 단 두명의 조합원이 부당해고, 노조탄압 및 폭력에 대항하여 750일 넘게 싸우고 있는 곳입니다. 여러 소송들이 진행되고 있어 법률비용 및 투쟁기금 마련을 위해 지난 526일 후원주점이 열렸습니다. 이날 전국에서 많은분들이 찾아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하루 종일 앉을 틈 없이 바쁘게 일하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매우 뿌듯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 외 활동

5/1() 노동절 선전전 / 송상현광장

노동절 집회 / 거제해맞이역

5/2() 서면시장번영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5/3()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의료지원 / 부산대학교병원

5/4() 개소기념일

5/7() 부산양산영어공동체 및 동티모르공동체 체육대회 / 부산 가톨릭대학교 대강당

5/8()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미사 / 가톨릭 센터

5/9() 서면시장번영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5/10()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부산노동공제연대 / 부산이동노동자지원센터

차별철폐대행진준비위원회 회의 / 민주노총 부산본부

5/11() 이주사목연대 회의 / 김해 이주노동사목센터

5/14() J.O.C. 야외미사 / 남광종합사회복지관

5/15() 경동건설 정순규님 사망사고 사문서 위조 등 고소 기자회견 / 경찰청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집행위 회의 / 정의당 부산시당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선전전 / 동래역

5/16() 서면시장번영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메리놀병원-노동사목 의료지원 협약식 / 메리놀 병원

5/17() 전국 노동사목 실무자 회의 / ZOOM

의료지원 / 개금백병원

노동사건지원 / 대한법률구조공단 김해지소

5/18() 노동사건지원 / 고용노동부 부산북부지청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의료지원 / 서부산센텀병원

5/22()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노동자·활동가 심리치유모임 / 노동사목센터

5/23() 서면시장번영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양회동 열사 조문 / 서울대학교병원

5/24() 노동사건지원 / 고용노동부 부산북부지청

5/25() 의료지원 / 서부산센텀병원

바자울 미사 / 노동사목센터

5/26()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후원주점 / 수영 화목부페

5/28() 울산가톨릭영어공동체 노동법교육 / 병영성당

5/30() 서면시장번영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5/31() 의료지원 / 강일병원

[ 5월 상담 현황 ]

상담종류

임금, 퇴직금 체불

근로계약

부당해고, 부당전직

산업재해

의료, 쉼터

기 타

소 계

김해

임금체불: 1(1)

퇴직금체불: 3(5)

-

-

-

-내과: 1(1)

-비뇨기과: 1(3)

-치과: 21(21)

-무료진료소 내과: 6(6)

기타상담:

3(4)

기타의료:

1(1)

부산

임금체불: 3(16)

퇴직금체불: 8(36)

사업장변경: 3

(10)

-

-

안 과 : 1(7)

신 경 과 :1(1)

정형외과 : 2(5)

소화기내과 :2(5)

응급의학과 : 1(2)

소와청소년과 : 1(2)

생활지원:

3(3)

총 계

김해 총 37( 42) / 부산 총 25 ( 87)

[ 5월 도로시의 집 진료 현황 ]

진료과목

부산 도로시의집

김해 도로시의집

.외과

물리치료과

치과

안과

소계

53

13

25

3

6

총계

94(신규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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