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5일 목요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종교들 간에 불화와 불목이 일어나면, 종교 간의 힘이 엇비슷하거나 대등할 때에는 전쟁이 일어나지만, 한 종교의 힘이 다른 종교의 힘보다 약할 때, 거기에는 박해가 일어난다. 지난 200여년 전부터 그리스도교의 자유를 획득하게 된 1886년 한불 조약이 맺어지기까지 이 나라 이 땅에서 일어났던 천주교 박해가 대표적인 예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 성령이 내려서 교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박해가 있었고, 그 박해의 중심에는 사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유대교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바리사이파의 일원이었고,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의 권위를 맹신하고 있었다. 사울은 유대교를 위해서 이 새로운 종파의 이단적인 요소를 없애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예루살렘의 대사제로부터 권한을 받아 그리스도교인들을 체포하고 박해하는데 앞장을 섰다.
 
사울은 신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다마스커스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이는 빛을 보고, 거기서 울려 나오는 “왜 나를 박해하느냐?”고 말하는 예수의 소리를 듣고 회개하였다고 한다. 물론 사도행전에는 이 이야기가 다소 드라마틱하게 적혀 있다. 사흘 동안 앞도 못보고,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 사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체험했는지는 우리가 알 길이 없다. 다만, 사울이라는 이름에서 바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교회를 박해하던 사람이 교회를 위해 투신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의 회심사건 이후에도 바오로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많은 고초를 겪는다. 우리는 이러한 바오로의 변화를 사도행전과 그의 서간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감지해낼 수 있다. 바오로 서간과 사도행전을 읽노라면, 단순히 죄인에서 의인으로, 또는 유대교에서 그리스도교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의인 편으로만 가담하려는 인간의 속성 깊이 감추어진 착각과 허상, 자만의 아집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바오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도와의 강렬한 만남 이후에도 이어지는 어둠, 깊은 죄의 뿌리, 회심과 낙담의 긴 여정을 거치는 바오로가 걸어간 그 길은 우리들 신앙인이 걸어 가는 길, 하느님의 길, 예수의 길, 생명의 길의 예형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영적인 투쟁을 겪는 것은 단 한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울이 다마스커스로 가던 중에 눈이 멀게 되어 사흘 동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상황은 그가 겪은 영적인 싸움, 회심의 한 과정을 상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스도와의 강렬한 만남 이후에도 바오로는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자만의 아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착각과 허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이 한 순간의 선택과 한 순간의 노력만으로 끝나버리면 얼마나 사는 것이 쉽겠는가? 그러나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끊임 없는 노력과 성실만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그러한 노력과 성실이 우리를 복음이 되게 한다. 사람에게 다가가 기쁜 소식이 되게 한다. 복음화, 그것은 한낯 모든 주민들의 그리스도교화가 아니라, 나부터 복음이 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삶의 변화다. 우리들이 걸어가는 이 길, 하느님의 길, 예수의 길, 생명의 길도 우리들에게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과 성실한 노력을 요구한다. 자, 어떻게 하시겠는가? 끝까지 가보시겠는가 ? 아니면 중도하차하시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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