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8일 연중 제2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은 유명세를 타게 된 예수님을 한번이라도 만나보려고, 그분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려고 하는 군중과의 관계 속에서 예수께서 취하는 행동을 보도한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많은 이들이 사방팔방에서 몰려들었다. 이 사람들은 갈릴래아와 유다와 예루살렘과 에돔과 요르단 강 건너편에 사는 띠로와 시돈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멀리 남쪽에 위치한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부터, 북쪽의 이방 지역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예수의 소문을 듣고 몰려왔다.

        몰려든 사람들은 예수의 가르침을 직접 들었던 사람들도 아니고, 예수께서 병자들을 고치시는 것을 직접 본 사람들도 아니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된 셈이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그만큼 예수께서 생명력을 갖고 있었음을 반증할 뿐 아니라, 아무리 인터넷 세상이라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입터넷은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파급력이 대단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생명을 살리는 일, 생명을 보존하는 일, 생명을 성장케 하는 일, 곧 하느님의 일, 거룩한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모인다. 모이는 이유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참 하느님을 발견하고 하느님의 길을 걷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 된 사람들도 있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별 생각 없이 하느님의 길에 들어선 이들도 있다. 부모 혹은 형제, 혹은 친인척이나 지인의 권유로 그 길에 들어선 이들도 있고, 외로워서, 사람들과 어울려 보려고, 혹은 남편감이나 아냇감 찾으려고 그 길에 들어선 이들도 있다. 마음의 평안이라도 찾아 보려고 하느님의 길을 기웃거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가족들의 복을 바라고, 안녕을 바라는 마음에 무턱대고 그 길에 들어선 이들도 있다.

        때로는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남들보다 조금 더 현실에 깨어있고, 현실에 참여하는 기회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으니, 편리를 위해 그 길에 들어선 이들도 있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을 돕는 게 마냥 좋아서 그 길에 들어선 이들도 있고, 하느님의 길을 걷는 그들에게 빚을 졌기 때문에 빚 갚으려고 그 길에 잠시 들어선 이들도 있다. 그 길에 들어선 이들 중에 세상에 힘 꽤나 쓰고, 세상에서 꽤 괜찮은 자리에 오른 이들이 모인 공동체라는 소문이라도 돌면, 먹거리에 똥파리가 꼬이듯이, 떡고물이나 콩고물이라도 얻을 요량으로 그 길에 들어서는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하느님의 길을 걷는 이들이 대개 정의, 평화, 사랑, 생명, 자유, 인권, 용서, 화해, 친교 이러한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길에 동조하려는 이들, 흔히 휴머니스트라고 불리는 이들도 있다. 사람수만큼이나 그 이유들이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모이는 사람들은 결국 ‘믿음’이라는 큰 산을 만나게 된다. 그 산을 넘어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산 앞에서 주저 앉아 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 산 앞에 잠시 머물렀다가 돌아가 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 산에 들어갔다가 중간 즈음에 머물러 버리는 이들도 있고, 중간 즈음 왔다가 되돌아 가버리는 이들도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몰려든 군중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결국 예수를 떠났다.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 어중이 떠중이들은 모두 예수를 떠났다. 소문을 듣고 몰려든 군중이 지난날의 우리들의 모습일수도 있다. 그 군중 가운데서 예수께서는 열두 사람을 선택하셔서 당신의 제자가 되게 했다.

        현실적인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길을 걸으려고 하고, 하느님의 일을 하려고 눈물겹도록 애쓰는 이들, 그들이야말로 선택 받은 열 두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서 마침내 나는 나 자신에게 물음의 화살을 던져본다. ‘나는 그 선택 받은 열 두 사람인가? 내가 가는 길이 과연 하느님의 길을 걸으려고 하고, 하느님의 일을 하려고 하는 길인가? 아니면, 인기몰이와 소위 어장관리를 위해 그저 남들 눈에 보여주는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나에게 오늘 복음은 이렇게 내 안으로 들어와서 나를 깨우려고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 2024년 2월 20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24 3
65 2024년 2월 19일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24 3
64 2024년 2월 18일 사순 제1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24 2
63 2024년 2월 16일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15 13
62 2024년 2월 15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15 5
61 2024년 2월 14일 재의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15 16
60 2024년 2월 11일 조순이 베르타 할머니 장례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15 24
59 2024년 2월 11일 연중 제6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15 4
58 2024년 2월 10일 토요일 설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15 5
57 2024년 2월 9일 연중 제5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15 2
56 2024년 2월 8일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08 12
55 2024년 2월 7일 연중 제5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06 9
54 2024년 2월 6일 화요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06 5
53 2024년 2월 5일 월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06 4
52 2024년 2월 4일 연중 제5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05 11
51 2024년 2월 2일 금요일 주님 봉헌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02 9
50 2024년 2월 1일 연중 제4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2.01 11
49 2024년 1월 31일 수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1.31 6
48 2024년 1월 30일 연중 제4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1.31 7
47 2024년 1월 29일 연중 제4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1.31 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