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6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하고, 바빌론 유배까지 갔다 올 정도로 쇠락하고, 마침내 로마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기에까지 곤두박질쳤을 때, 이 민족이 이렇게 된 것은 하느님을 제대로 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깨달았다. 그런 깨달음을 얻었던 이들 가운데, 하느님을 제대로 섬기려면, 그분의 뜻이 반영된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길 밖에 없다고 여겼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고, 자기네들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사람들이라고 하여, 바리사이라고 이름지어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바리사이라는 말은 분리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율법을 한 자, 한 획, 한 점도 어김없이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 자기네 삶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들의 경제적인 상황이 일반인들보다 나은 것은 별로 없었지만, 밥을 굶을지언정, 누더기 옷을 걸칠지언정, 오직 율법만이 갈갈이 찢겨진 이스라엘의 백성을 한데로 모으고, 자기네 나라를 재건할 수 있다고 철떡같이 믿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바리사이들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삶의 방식을 두고, 그들을 욕하거나, 적어도 그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의 삶의 반만이라도 따라서 흉내라도 내 볼 수 있다면, 어쩌면 야훼를 하느님으로 고백하고, 예수를 그리스도, 메시아로 고백하는 수억의 사람들에 의해서 교회가,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또 그 교회와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자리잡은 그 사회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거룩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율법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과 열정의 반이라도 따라서 흉내라도 내 볼 수 있다면, 어쩌면, 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정의롭고, 질서 있는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했던 그들의 비타협정신이 아니다. 그들의 융통성 없는 고지식함도, 율법이나 규정이나 법령에 대한 지나친 얽매임도 아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율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키기 힘든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살이로 겨우 목숨 줄 연명하는 이들, 가난이 죄라고,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아 본적 없어서 글조차 읽을 줄 모르는 이들을 싸잡아서, 암 하아렛츠, 직역하면 ‘땅의 백성’이라는 말이지만, 히브리어의 뉘앙스를 살린다면, 땅의 버러지들, 땅 벌레들이라고 손가락질하며, 그들을 하느님의 뜻을 어긴 ‘죄인’ 취급을 했다는 것이다.

        바리사이들이 가졌던 율법에 대한 충실, 경건함, 그리고 의로움은 사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지만, 경건함과 의로움이 관계의 단절을 가져 오고, 불통을 가져 온다면, 그 경건함과 의로움은 하느님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그들의 충실과 경건함과 의로움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짓거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 욕심이라는 것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과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구세주를 이 세상에 보내셨고, 하느님은 세상을 섬기는 분이심을 알려 주기 위해서 구세주를 보내셨지, 세상 위에 군림하려고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생명을 살리는 일, 생명을 축복하는 일, 생명을 억압받지 않게 하는 일은 하느님의 일, 거룩한 일이다. 그 거룩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성직자다. 부제나, 신부나 주교나, 추기경이나, 교황만이 성직자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하느님의 일, 거룩한 일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누구나 성직자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녀도 성직자가 될 수 있고, 교사도, 의사도, 정치하는 사람들도 성직자가 될 수 있다. 우리들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거룩함의 문을 활짝 열어 놓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거룩한 일을 스스로 버리는 이들, 거룩함에 똥칠을 해대는 이들, 거룩함을 모독하는 이들이 은근히 있다. 그들이 회개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오늘 복음, 나에게는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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